쌍둥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3kg, 2.2kg. 둥이들이 태어났을 때 몸무게다. 아빠, 엄마가 일찍 보고 싶었는지 둥이들은 2개월 먼저 세상에 나왔다. 인큐베이터 도움도 받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고맙게도 건강히 잘 자라줬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초등학생이 되었다. 올해 2월에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 관련 책을 많이 빌렸었다.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시작을 잘 준비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연초라 사무실도 바빴고 아이들도 코로나로 학교를 가는 둥 마는 둥 하다 어느새 여름방학이 되었다. 시간도 참...
집에서 어영부영 tv만 보다 여름방학이 끝날 것 같아 아이들 방학 계획을 생각해봤다. 음... 무엇을 시킬 것인가 보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먼저 떠올려봤다.
표현력 있는 아이! 사고력을 가진 아이! 건강한 아이!
1. 표현력의 기본은 어휘
둥이들이 5살 때까지만 해도 자기 전에 아빠가 동화책 읽어주는 것을 철칙처럼 지켰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들 어휘력도 늘려 주고 정서에도 좋다는 말에. 그러다 사무실도 바빠지고 몸도 피곤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어느 새부터 흐지부지되었다. 방학을 맞아 다시 한번 자기 전 책 읽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동화책 읽어주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요즘 일기다 뭐다 글씨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맞춤법을 보면 그냥 웃음만 나왔다. 가장 헷갈려하는 맞춤법 중 하나가 '애'와 '에'였다. 예를 들면 '오늘은 동물원애 갔다.' 한글 자음과 모음을 쓰는 순서도 마음 가는 대로였다. 언젠가는 고쳐지겠지라고 모른 채 했었는데 그 언젠가가 이번 여름방학인 듯하다.
우리말의 70% 이상은 한자로 되어있다. 그래서 어휘의 기본 중 기본은 한자다. 어렸을 적 아이들이 '마법천자문'을 보고 한자를 외치며 싸움 놀이하는 것을 좋아했다. 넌지시 아빠랑 한자 자격증(8급) 딸 생각 있냐고 물어더니 다행히 애들이 좋다고 한다. 11월 시험 응시를 목표로 아이들과 한자 검 능력시험 8급을 준비해 볼 생각이다. 참고로 한자능력검정시험은 1년에 네 차례 정도 실시된다.
2.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 사고력
독서를 통해 정보를 얻고 지식을 축적하기도 하지만 독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평생의 숙제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들 사고력도 키우고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책도 읽어 줄 계획이다.
책을 잘 읽는 것은 책 속의 텍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이건 왜 이렇지?', '주인공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면서 뇌를 움직일 수 있는 '질문'들도 잘 고민해봐야겠다.
3. 행복한 삶의 근간, 건강
다른 아이들에 비해 적게 태어난 둥이 첫째는 아직도 또래보다 몸집이 작다. 쌍둥이 동생한테도 힘에 밀려 스트레스를 받는 눈치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남자들의 자존심 중 하나는 '힘'. 아이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줄넘기' 습관을 들여볼 생각이다.
건강 지키는 것도 숙제 하 듯하면 아이들이 재미없어할 터.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공원에 나가 애들이 좋아하는 킥보드를 타고 달리기 경주도 해야겠다. 애들 건강과 더불어 아빠 뱃살도 좀 빠지게.
4. 방학하면 추억 하나는 있어야지.
어렸을 적 생각하면 기억에 남는 건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들이다. 아이들이 '이번 여름방학 참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도록 즐거운 경험을 계획할 필요도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댁이 바닷가이니 주말에는 시골집에 내려가 바닷가 놀이도 하고, 평일에는 반일 휴가를 내고 일찍 퇴근해서 근처 계곡에 물놀이도 다녀오고...
방학 계획을 세우고 보니 부모 계획인지 아이들 계획인지 좀 헷갈린다. 뒤돌아보면 학창 시절 방학 때마다 매일매일 시간표 계획을 세웠다. 한 번도 그 계획대로 실천은 못했던 것 같다. 아빠의 욕심대로 방학 계획을 세우긴 세웠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잘 따라줄지, 나는 또 얼마나 잘 실천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