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처했던 백번 김구 선생님도 아니고, 일왕의 생일 연회장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도 아니고, 아우내 장터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던 열일곱 살 유관순 열사도 아니다.
바로 쌍둥이 어린이집 선생님이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8월 15일. 다섯 살이던 둥이가 '광복절이 무슨 날인 줄 아냐'며 나에게 물었다. 바로 대답하지 않고 무슨 날인지 되물었다.
일본이 우리나라 태극기를 뺏어 갔다가 돌려준 날이래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단순하고 명쾌한 정의였다. 누가 그러더냐고 물었더니 어린이집 선생님이 알려주셨다고 했다. 태극기를 돌려주다... 우리의 독립은 안타깝게도 결정적인 순간 서구 열강들에 의해 이뤄졌다. 1940년 중국의 충칭에는 임시정부의 광복군이 탄생했다. 광복군은 서구 연합군과 합동작전(국내 진공작전)을 펼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운명의 신은 우리 민족의 편이 아니었을까? 1945년 8월 6일. 미국은 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에 투하했다. 그리고 일본은 항복을 선언했다. 광복은 그렇게 '도둑처럼' 찾아왔다. 김구 선생님은 갑자기 찾아온 광복을 통탄스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일본의 항복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었다. 천신만고로 수년간 애써 참전 준비를 한 것도 다 허사다. 우리가 이번 전쟁에서 한 일이 없기 때문에 국제 간의 발언권이 박약하리라.
8살이 된 둥이들에게 다시 광복절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아이들은 말한다. '일본이 우리나라 태극기를 뺏어 갔다가 돌려준 날'이라고. 참새처럼 짹짹.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시켜주신 어린이집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애들이 좀 더 크면 알려줘야겠다. '빼앗긴 태극기를 돌려줬다'가 무슨 뜻인지 '빼앗긴 태극기를 찾아왔다'와는 어떻게 다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