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형님이 자기가 다녔던 전 직장의 식당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교육원 구내식당은 교육생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영양도 높도 맛도 있다고 했다. 고기반찬도 자주 나오고 해서 처음 한 달은 점심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서는 점심식사를 외부 식당에서 했다고 한다. 이유는 짬밥에 질려서. 그리고 희안하게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오후가 되면 배가 고파지더라는 것이다. 짬밥이란 그런 것 일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신비한(?) 밥.
병원 입원 3일 차. 슬슬 병원 짬밥이 질리기 시작했다. 딱히 맛있는 반찬도 없었고 한 그릇 다 비워도 왠지 모르게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병원 건물 옆에는 빵집도 있고 편의점도 있었다. 간식을 사러 갈까 몇 번 고민을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왼쪽 발 깁스를 한 채로 목발을 짚고 다녀오기에는 조금 부담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며칠 감지 못해 떡진 머리로 환자복을 입고서 간식을 사러 밖에 나가는 모습 자체가 좀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 같았다. '있어봐야 며칠 더 있는다고' 하는 생각으로 간식을 참기로 했다.
오후 5시경. '이제 저녁 짬밥이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회사 누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입원했다며? 괜찮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전에 같은 과에서 근무를 했던 누님은 나랑은 띠동갑이었다. 누님의 '먹고 싶은 거 없냐'는 질문에 크림빵이며, 치킨이며 먹고 싶은 음식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먹고 싶은 음식들을 얘기해볼까 하다가 코로나로 병문안도 힘든 상황인데 음식만 사서 갖다 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괜찮다'며 답장을 보냈다. 답장을 보내고 아쉬운 마음에 먹고 싶던 음식들을 생각하니 군대 시절 친형과 사촌 형이 첫 면회 왔던 때가 생각났다.
뭐 먹고 싶냐?
면회장에서 군바리 동생을 만난 형들은 얼굴을 보자마자 안부대신 먹고 싶은 것을 물었다. '짬밥은 언제나 배고프다'는 그 진리를 형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형들은 초코파이며 과자를 한 테이블 꽉 차게 사다 놓았다. 나는 눈 앞에 보이는 음식들을 형들이 뺏어먹을까 노심초사하며 더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힘 내'라는 말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충분히 힘이 든 상황이기 때문에 차라리 '힘 빼'라는 말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짬밥을 기다리던 내게 오늘 회사 누님의 카톡은 큰 '위로'가 되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라는 그 한마디는 '병원생활 많이 힘들지? 병원 밥이 맛이 없어. 먹고 나도 배가 고프고. 잘 먹어야 힘내지. 뭐 먹고 싶은 거 없어?'라고 말하며 나를 토닥이는 것 같았다.
진정한 위로는 긴 말이 필요 없는 듯하다. 그냥 그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필요할 것 같은'따뜻한 한 마디'면 족하다. 드라마 '아저씨'에서도 아이유가 가장 따뜻하다고 느꼈던 말은 이선균이 퇴근 길에 아내에게 전화해서 무심코 툭 던지는 한 마디였다.
뭐 사가?
쓰다 보니 오늘은 온통 밥타령. 아까 누님한테 '치킨'이라도 한 마리 사다 달라고 부탁할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