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만큼 좋은 스승도 없다. 하지만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고 방문하지 않아야 좋은 곳들도 있다. 그중 한 곳이 병원이다. 하지만 세상사 내 맘대로 되지 않고 꼭 들르게 되는 곳이 또 병원이다. 나와 내 가족이 불가피하게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챙겨야 할 준비물을 생각해봤다.
발등 골절로 어제 입원을 했는데 와서 보니 꼭 필요한 것들이 있어 입원 예비자(?)들께 안내 차 몇 자 적는다.
일반 생활용품은 통상 병원에서 준비물 목록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중에서 수면 도구를 강조하고 싶다. 보통 입원을 하면 병원비를 생각해서 1인실이 아닌 2인실 또는 4인실 등 다인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생사 친구를 잘 만나야 하듯이 입원할 때는 룸메이트를 잘 만나야 한다. 룸메이트 중에 코골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편안한 잠은 다 잔 것이다. 안 그래도 입원해서 마음이 뒤숭숭한데 잠이라도 편하게 자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일찍 잠드는 편이라면 상관없지만 잠들기까지 뒤척이는 편이라면 귀마개는 필수 아이템이다. 또한 숙면을 위해서는 안대도 필요하다. 병실은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밤새 미등을 켜 놓는 경우들이 있다. 안대를 못 챙겼다면 가져온 수건을 임시 안대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2. 여가용품
- 디지털 : 핸드폰(충전기 포함), 이어폰, 노트북(충전기 포함), 멀티탭(선택) 등
- 아날로그 : 책, 노트, 필기구 등
병원에 입원하면 남는 게 시간이다. 어찌 보면 입원생활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말 안 해도 당연히 핸드폰과 충전기부터 챙기겠지만 급히 챙기다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을 빠뜨릴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트와 필기구 지참을 추천한다. 핸드폰 또는 노트북으로 영상 보는 것도 몇 시간이지 하루 종일 영상을 보는 것도 고역이다. 영상만 보다가 없던 병도 생길 수 있다. 적당히 영상을 봤다면 멍~하니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 시간에는 노트를 꺼내 펜 가는 대로 낙서하기를 권한다. 아까 봤던 영상에서 재미있던 부분에 대한 감상을 적어도 좋고 오늘 하루 병실생활의 느낌을 끄적여도 좋다.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적다 보면 마음이 정돈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내친김에 간단히 한 두줄이라도 입원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다. 퇴원 후 몇 자 적어놓았던 입원 일기를 보면 건강관리에 소홀해질 때마다 나를 다잡아 주는 건강지킴이가 될 수도 있다.
3. 마음가짐
마지막으로 챙겨야 하는 것은 마음가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내 병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병원에 입원할 정도면 건강상태가 위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요한 검사를 받거나 수술이 예정돼 있을 수 있다. 마음은 한없이 초조하고 불안할 것이다. 병은 걸리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걸렸다면 적과의 동침(?)을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부정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선 병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치료의 시작이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검사 결과, 수술 결과에 초연한 척 병과 마주해야 한다. 검사 결과, 몸 상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한다면 적은 내 몸을 지배하고, 어느새 내 마음까지 지배할지도 모른다. 몸은 의사 선생님이 고쳐주시겠지만, 마음은 자신만이 고칠 수 있다. 성난 병을 서서히 달래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다독이며 함께 가야 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병은 몸속에 남아 내가 건강관리를 계속해야 하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건강 코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상 발등 골절로 입원해서 깁스하고 누워있는 환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입원 준비물을 알아봤다. 이 시각 병상에 누워있는 모든 환자분들의 쾌유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