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뭐가 될지 몰라서

by 오늘도 생각남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알아갈수록 고민이 깊어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 이거다! 하고 나에게 딱 맞는 것을 찾기가 어려웠고 무언가 성과를 내는 것도 어려웠다. 그중에 누군가 불쑥, 내게 말했다.


‘당신은 글씨를 잘 쓰네요.’


다른 누군가 맞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인스타그램에 글씨와 그림을 올려보면 어때요?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권유에 처음엔 얼떨떨했다. 글씨 쓰는 건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찾고 싶은 것은 좀 더 새롭고 멋있는 거였는데 글씨라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종종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던 터였다.


하늘에 계시다는 아버지께서 나를 왜 이 땅에 보내셨을까 깊이 고민하던 어느 날이었다. 성경을 뒤적거리다 잠언의 말씀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은에서 찌꺼기를 제하라, 그리하면 장색의 쓸 만한 그릇이 나올 것이요’ 우연인 듯 내 이름의 끝 글자가 ‘은’이었는데, 한자로 은을 나타내는 은(은) 자였다. 뒤늦게 하늘에 합류하신 나의 또 다른 아버지는, 남들 다 은혜(은) 자로 이름을 지을 때 은그릇의 (은)으로 내 이름을 지으셨다. 여기 있었네, 내 이름. 이런저런 찌꺼기 닦아내고 성경말씀을 담는 그런 은그릇이 되어야겠어. 인스타그램의 세계에서 말이야! 핸드폰과 스탠드로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었는데, 이번엔 늘 써오던 펜과 노트였다. 파랑새를 찾아 추운 겨울날 길을 떠났던 가여운 남매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과 같았다. 마침 막 꽃이 피어나려는 계절이었다. 그렇게 애정 하는 나의 부캐, 은그릇이 탄생하였고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손글씨와 손그림의 솜씨가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함과 특별함을 지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그림의 따뜻한 기적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그들에게 상처 받고 그늘에 앉아있던 마음속 작은 영혼이 따뜻한 빛 가운데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물이 비치면 얼굴이 서로 같은 것 같이 사람의 마음도 서로에게 비쳐졌다. 지금도 인스타그램을 열면 늘 그런 순간과 마주한다. 정성스레 눌러쓴 손글씨에 위로받은 이들이 어느새 나를 위로해주고, 축복해주고 토닥여 주었다. 성경말씀을 전하는 이로써의 책임감이 삶을 대하는 나의 감정도 바르게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것, 그들이 말하는 것, 나를 대하는 그들의 무례함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라 작은 것을 보며, 작은 것들을 생각했던 나였다.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어.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단다.’


그 누구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느 길이든 멈추지 않고 걷는다면 무언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혹은 당신은 언젠가 작가가 될 수 도 있고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다. 강연을 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다. N잡의 세계에는 수없이 많은 길이 있고 길목마다 정다운 길동무도 있다.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당신 자신 조차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가능성을 만나길 주저하지 않아야 하며 그것들을 진심을 다해 마주 보아야 한다.


이미 많은 것이 되어 여기까지 왔지만 사실 나도 내가, 뭐가 될지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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