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계절을 지나 N잡의 세계로

by 오늘도 생각남

그래서 나는 엄청 엄청 유명한 N 잡러 가 되었더래요, 하며 주말드라마의 마지막 회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어느덧 내 삶은 힘든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계절을 만난다. 힘이 드는 때.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던 손길이 힘을 잃을 때, 현실의 벽이 높아 내 마음 따위 돌볼 겨를이 없는 그런 슬픈 계절.


어느 밤, 욕실의 거울 앞에 서서 마주 본 여인의 얼굴은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처럼 낯설었다. 눈이 피곤해 보였고 얼굴이 푸석푸석했다. 육아에 직장생활에 생활고까지,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던 그런 날들이었다. 미소를 지어보려 했으나 어색하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 순간 나는 쿵, 하고 엉뚱한 생각을 했다. 유튜브를 해야겠어. 내가 말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발음은 어떠한지, 눈은 얼마나 자주 깜박이는지, 나는 알고 싶었고 바라보고 싶었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무례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 그냥 나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 남편 사업이 잘못돼서 집을 이사했대, 둘째를 낳고 쉬지도 않고 일을 하네, 나를 둘러싼 공기가 사람들의 입술을 통해 더욱 탁해져 갔지만, 나 자신을 바라보며 돌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이 유튜브라는 세계에 덜컥 발을 내디뎠다. 책을 읽고 간략한 소개와 감상을 나누는 채널이었다. 작은 채널이었지만 그 안에서 맺은 열매들은 나의 삶에 많은 위로와 다정함을 건네주었다. 책을 더 깊이 있게 읽으려 노력했고, 나의 시선과 언어로 정리했고, 어딘가 있을 누군가에게 말했으며 그것을 내가 본다. 참으로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그때의 대담함과 무모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내 안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것을 느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찾아 나서고 싶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나의 방구석 취미 생활은 더욱 단단해졌고 견고해졌다. 요즘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여러 매체를 통해 나와 뜻이 맞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이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서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지인들도 소중하지만, 그들에게 꿈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래알을 씹어 삼키는 것만큼 어색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인 것처럼 서로를 이해해주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었다. 우리의 교집합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그 빛깔과 모양이 분명한 느낌이라면 설명이 될까. 작은 도전들과 배움들이 서로의 응원에 힘입어 한걸음 한 걸음씩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돌아보니 그렇게 삶의 슬픈 계절을 헤치며 건너왔다.


아직 그 계절을 만나지 않은 당신이라면, 부디 짧은 시간만 머물기를. 온통 흐린 빛깔이었지만 반짝이는 당신 안의 무언가를 찾기에는 좋은 날들일 테니 안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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