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것도 아주 사이좋게. 신기하다고 생각한 군인은 그것을 상관에게 보고했고, 그 상관이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다고 한다. 관리들은 예사롭지 않은 징조로 보고 '복이 들어올 것'이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한 관리만이 '고양이와 쥐가 실성했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도둑인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쥐와 함께 부정하게 결탁한 모습을 비판하는 고사로 읽어낼 수 있다.
대학교수들이 2021년 한 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고양이 묘 猫, 쥐 서 鼠, 같을 동 同, 곳 처 處)를 뽑았다.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 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쉽게 말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인곤마핍(사람 인 人, 괴로울 곤 困, 말 마 馬, 고달플 핍 乏)과 이전투구(진흙 이泥, 밭 전 田, 싸움 투 鬪, 개 구 狗)다. 인곤마핍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으로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이전투구는 ‘진흙탕의 개싸움’이란 의미로 국민들의 힘든 상황을 뒤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놓고 싸우고 있는 기득권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묘서동처, 인곤마핍, 이전투구... 세 가지 사자성어 모두 일반 국민들의 ‘고단함’이 묻어 있다.
여기서 잠시 올해의 사자성어에 질문을 던져본다.
올해의 사자성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올해의 사자성어를 알았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그리고 내 삶이 달라지는가? 2020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나 아 我, 옳을 시 是, 다를 타 他, 아닐 비非)였다. 나만 옳고 타인은 틀렸다는 ’ 내로남불‘에 대한 세태를 비판하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2021년은 2020년에 비해 ’아시타비‘ 행태가 사라졌을까? 누구도 그 질문에 선뜻 ’ 그렇다 ‘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사자성어가 갖는 의미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어찌 보면 ‘어제의 일기예보’라 할 수 있다. 지나간 날씨를 알려주는 것이다. 지나간 날씨는 무슨 의미인가? 날씨는 반복된다. 어제 비가 왔다고 내일 비가 오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비를 겪고 태풍을 겪은 우리는 학습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일상이 멈춰 선 것을 경험한 우리들이 2021년 ‘새로운 일상’ 속에서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도 그런 경우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가 뽑혔다고 2022년에 고양이와 쥐의 은밀한 카르텔이 사라질까? 아니다. 세상은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어제를 그리고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왜 교수님들만 뽑는 거지? 그리고 왜 꼭 어려운 한자로만 정리하는 거야?
머릿속에 네 글자가 떠오른다.
‘징글징글’
내가 뽑은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징글징글’이다.
고양이와 쥐의 부당거래는 영화,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이전투구는 신문 헤드라인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잠시만 마음을 놓아도 다시 고개를 쳐들며 우리의 일상을 정지시키고 있다. 정말 징글징글할 뿐이다.
더 나은 2022년을 만들기 위해 올해를 정리하며 내가 뽑은 사자성어를 하나씩 정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