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오는 곳이
있습니다.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독야청청
벚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는 곳입니다.
입춘이라기에 혹시나 그 나무에 가봤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은 앙상한데 그 나무에만
조그마한 봉우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입춘이라고 신고식이라도 하듯.
아빠가 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자
둥이들이 다가와 묻습니다.
"아빠, 뭐 해요??"
"응, 이 나무가 우리 동네에서 벚꽃이
제일 먼저 피는 나무야. 봐봐.
벌써 봉우리가 올라오잖아"
사진을 찍고 나서 즉석에서
입춘 신고식을 하는 나무 사진에
이름 짓기 놀이를 했습니다.
"봄소식을 알리는 이 나무 사진에
어떤 제목을 붙여주면 좋을까?"
"(둥이 1호) 봄이올시다"
"(둥이 2호) 봄의 징글벨"
"아빠는... 뽐내 봄"
역시 어른은 아이들의 카피라이팅 실력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11살 카피라이터님의 카피가 마음에 들어
살짝 'ㅅ' 하나만 얹어 사진 제목을 지었습니다.
"봄이 올 씨다"
이른 꽃봉오리 같은 씨앗 하나 하나가 모여
곧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을 믿습니다.
둥이 아빠에겐 둥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모두 '봄이 올 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