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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Sep 07. 2020

ZOOM 책이 내게 가르쳐준 것

독자가 아니라 저자가 돼라

코로나 시대 주요 화두는 '비대면'과 '온라인'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 히트 상품 중 하나로 'zoom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와 회사들이 줌을 통해 온라인 수업과 회의를 하고 있다. 'zoom'이란 고유명사가 '화상회의'라는 보통명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인 중 한 명이 zoom 사용법 책을 추천해줬다. zoom을 통해 한 달에 한번 독서모임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핸드폰으로 전송된 링크에 접속만 할 뿐 zoom 기능을 잘 몰라서 답답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추천해준 책의 목차를 훑어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zoom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누군가는 zoom 책을 쓰고 있구나!


기획과 크리에이터에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차였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또 따라가기에 급급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zoom 관련 책이 시중에 얼마나 나와있는지 살펴봤다. zoom 크리에이터들의 앞선 발자국이 궁금해서. 대여섯 권의 책들이 출판돼 있었고 최근 3개월 사이에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주요 도서 3권을 살펴봤다.


1. 된다 된다 줌

- 부제 : 곁에 두고 바로 써먹는 온라인 강의 실전 가이드

- 출판일 : '20.7월

- 저자 : 이임복(작가, 강사, 칼럼니스트 등)

- 목차 : 온라인 강의 준비(설치, 초대 등), 온라인 강의 완전정복(zoom 세부 기능), 실전 팁 등


2. YouTube로 알리고 zoom으로 소통하라

- 부제 : 최강의 YouTube x zoom 공략법

- 출판일 : '20.6월
- 저자 : 스가야 신이치(유튜브 전략 컨설턴트, 작가), 민진홍(마케터, 작가), 이대영(마케터, 작가)

- 목차 : YouTube x zoom 성공사례 및 마케팅 방법(고객 모집, 줌 기능 설명, 줌 세미나 방법 등)


3. 줌을 알려줌

- 부제 : 화상수업, 강연을 위한

- 출판일 : '20.8월

- 저자 : 고정욱(문학박사, 작가), 김원배(교사, 저자), 정병길(모바일 아티스트), 정은상(창 직전 문가)

- 목차 : 줌 기능(질문 및 답변 형식으로 줌 기능 설명), 화상수업 방법, 화상강연 전략, 화상 미술 강좌 등


크리에이터들은 딱 반 발자국 앞서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줌 관련 책들을 둘러보며 크리에이터와 일반인의 차이점을 생각해봤다.


첫째, 크리에이터는 생산자의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zoom은 이미 '국민 프로그램'이 됐다. 교사, 학생, 직장인 모두가 zoom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아는 교사 한 분은 '수업 내용을 준비하는 시간보다 zoom 사용법을 익히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도기에 사람들은 도움을 원한다. 난세에 영웅을 찾는 것처럼. 사람들은 본질이 아니라 수단에 더 시간을 허비하는 비효율을 없애고 싶어 한다. 크리에이터들은 이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생산자로서의 안테나를 항상 세우고 있다. 그들에게 대중의 불편은 콘텐츠다. 그리고 그 콘텐츠는 돈이 된다. 소비자로서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 도전 또한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소중한 스토리이며 콘텐츠다.


둘째, 일반인은 자신의 콘텐츠를 팔려고 노력하지만 크리에이터들은 타인의 콘텐츠를 팔 줄 안다.


콘텐츠 전성시대다. 누구나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글,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노출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은 콘텐츠 빅데이터를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 콘텐츠들은 나름의 매력을 뽐내며 다른 콘텐츠가 아닌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간절히 'PICK ME UP'을 외치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는 '내 콘텐츠는 무엇으로 할까?'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고수들은 자신들의 콘텐츠만을 팔지 않는다. 한 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가 판매한 것은 플랫폼이었다. 그는 아이튠즈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앱 개발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기존 시장보다 아이튠즈에 납품할 때 더 높은 이윤을 보장함으로써 뛰어난 앱 개발자들을 아이튠즈 프로그램으로 유인했다. 자신이 직접 앱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양질의 앱이 거래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21세기 영상 백과사전이라 불릴만한 유튜브 역시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크리에이터 고수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대중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도구(Tool)를 제공함으로써 돈을 번다. zoom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시기에 관련 책을 출판하는 것도 같은 사례다.


셋째, 크리에이터들은 '모방'과 '보태기'를 잘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zoom 관련 책도 가지가지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사용법이 무슨 책이 되겠냐 싶을 수 있으나, 기본 사용 매뉴얼에 사례를 더 했고, 연계 가능한 플랫폼 활용 전략을 추가했고, 활용 가능 분야의 응용사례를 심화 내용으로 덧붙여서 새로운 책들을 만들어냈다. 기본 콘텐츠가 정해지면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운 관점과 스토리와 경험을 살짝 보태서 또 다른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집콕해야 하는 상황에서 '방구석 OOO'이 인기다. 방탄소년단은 방에서 구경하는 콘서트(방방콘)를 '세상에서 가장 편한 콘서트'라는 콘셉을 입혀 성공시켰다. 아랫목에 누워서 콘서트를 편안히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브랜딩이 성공한 것이다. '랜선 투어'도 인기다. 아시아, 유럽, 미국 등 현지 베테랑 가이드들이 직접 현지 영상과 사진을 통해 간접 여행 체험을 돕는 콘셉트이다. 한 여행업체 대표는 코로나 19로 어려워진 해외여행을 온라인을 통해 간접 체험하고 향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콘텐츠를 준비하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크리에이터와 일반인의 간격은 딱 '반 발자국'이다. 우리들 모두 넘쳐나는 콘텐츠를 갖고 있다. 혹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나의 콘텐츠는 어디 있을까'라는 질문을 '나의 불편 중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바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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