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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Sep 29. 2020

고객은 당신의 반걸음 뒤에 있다

'제로 창업' 리뷰(무자본으로 집에서 창업하는 방법)

유튜브와 SNS로 돈 버는 시대다. '부캐'(부 캐릭터) 활동이 본 직업 수입을 초월하는 경우도 많다. '나도 한번 부캐로 돈 좀 벌어볼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된다. 문제는 '콘텐츠'. 남들에 비해 뛰어한 능력도 없고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온 소시민은 아무리 둘러봐도 내세울 '특별한 리'가 없다. 부캐로 돈 버는 특수한 그들이 부러울 따름이고 그들은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들로만 생각이 된다.


'제로 창업'의 저자는 본인 경험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부수는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진다.

고객은 당신의 반걸음 뒤에 있다

1인 미디어 시대, 자신의 콘텐츠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곱씹어 볼만한 말이다. 저자의 말의 진위여부는 일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발등 골절로 깁스를 했다. 6주 만에 깁스를 풀었는데 다리가 퉁퉁 부어있었다. 두 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다리는 왜 부었지?', '기를 어떻게 뺄 수 있을까?' 궁금한 것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옛날 사람, 유튜브에 검색하면 요즘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사람답게 유튜브에 검색을 했다. '다리 골절, 다리 부기 빼는 법'. 의사나 재활 치료사들이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다리가 부은 이유와 해결법을 설명하는 영상, 골절 환자가 골절 사고부터 깁스, 재활까지 일련의 과정을 경험담으로 찍은 영상들이 검색됐다. 의사들의 영상은 이론적이고 전문적이다. 그에 비해 골절 환자인 일반인의 영상은 비전문적이지만 실질적이다. 그들은 나보다 '발걸음' 앞서 다리를 다친 '인생 선배'들이다. 그들은 의사들이 느껴보지 못한 생활 속 디테일한 불편과 그로 인한 짜증스러운 감정들을 알고 있다. 그 불편들을 해소하는 생활 속 깨알 팁(tip)도 가지고 있다. 발걸음 앞선 선배들의 다리가 낫는 과정을 보며 나도 좋아질 거라는 안도감을 들기도 한다. 전문가인 의사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앞서 경험한 일반인들이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제로 창업'의 저자는 이것을 '지식 차이 사업'이라고 정의한다. 지식 차이 사업이란, 내가 가진 체험, 지식, 정보를 초보자를 포함하여 나보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대가를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그 지식의 차이는 '사소한 지식' 들을 포함한다. 먼저 다리가 부러져서 재활을 한 경험도 골절 후배에게는 소중한 지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삶에서 '사소한 지식'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저자는 삶에서 지식 차이 사업 콘텐츠를 찾을 수 있는 5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경험, 열정, 칭찬, 열등감 그리고 꿈.


우선, 경험을 돌아봐야 한다. 일이든 취미든 관계없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체험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세분화다. 구체적인 방법과 노하우 등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육아'에 시간을 제일 많이 투입하고 있다면 '요리 - 반찬 만들기 - 만드는 방법 또는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살아오면서 시간과 돈을 제일 많이 투입해온 일?', '실제로 돈을 번 일(아르바이트 포함)?'이라는 질문 등이 경험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둘째, 좋아서 열정이 솟는 일을 돌아본다. 사업 성공의 황금법칙은 두 가지다. '시작한다'와 '지속한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 일을 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날 만큼 몰입하는 일들을 찾아보자. '돈을 받지 못해도 꼭 하고 싶은 일?', '몰입을 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일?', '만족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일?' 등이 나의 열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셋째, 칭찬을 받았거나 남을 기쁘게 한 일을 떠올려본다. 지식 차이 사업은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칭찬을 받았거나 남을 기쁘게 했던 일들은 타인에게 검증받은 나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했던 일들을 떠올려보자.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주 부탁들 받거나 초대받은 일?',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일?', '남들은 왜 이런 일을 못할까 생각했던 일?' 등이 칭찬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는데 힌트를 주는 질문들이다.


넷째, 나의 고민이나 결핍, 열등감을 살펴본다. 다른 사람에게는 나도 타인이다. 내가 겪고 있을 문제나 불편을

다른 사람이 겪고 있거나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그 문제의 디테일한 불편들을 알 수 있다. 명쾌한 해답만이 훌륭한 콘텐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시행착오들도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정보다. 비슷한 어려움을 먼저 겪은 사례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경우도 많다. '지금 나의 고민이나 어려움은?', '누가 해결해줬으면 하는 불편은?' 등의 질문이 내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섯째, 꿈과 비전을 적어본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 꿈을 펼쳐보면 생각보다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 가정해보자.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꼭 영화감독이 될 필요는 없다. 기획, 대본, 촬영, 편집 등 영화 제작을 위해 단계적으로 필요한 일들은 많다. 마케팅, 유통, 평론 등 연관있는 일까지 넓혀보면 선택지는 더 늘어난다. 현실성을 따지지 말고 우선 하고 싶은 일들을 쭉 적어놓고 그 꿈들의 스펙트럼을 쭉 펼쳐보자.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꿈이 눈 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지식 차이 콘텐츠를 찾았다면 그다음 할 일은 경쟁자 없는 시장의 기회를 발견하는 일이다. 저자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민해서 틈새시장을 찾으라 조언한다. 목표 타깃을 좁히면 좁힐수록 고객은 명확해지고 집객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타깃이 결정되면 그들에게 이득을 제공하거나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7가지 지식 차이 창업법도 소개하고 있다. 컨설턴트 창업법, 세미나 창업법, 출판 창업법, 회원제 사업 창업법, 코칭 창업법, 프로듀스 창업법, 살롱 창업법.


제로 창업, 이 책은 얇고 얕다. 무자본 창업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려하면 구체적인 내용이 부실하다. 집을 짓기 위해 큰 뼈대만 세워놓은 기분이다. 읽고 나면 아쉽고 그렇다고 안 읽고 지나가기엔 아까운 책이다.


한 권의 책이 독자의 궁금증에 대한 모든 답을 줄 수는 없다. 문제를 푸는 실마리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법이다. 퍼즐처럼. 그 퍼즐을 하나씩 찾아내 맞추는 것이 독자의 몫이다. 어쩌면 이 책은 퍼즐의 한 조각이라기보다 퍼즐판의 밑그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유튜브, SNS를 활용해서 남들처럼 집에서 돈 벌고 싶은 초보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초보자에겐 거인의 한 걸음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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