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조카, 글쓰기가 두려워요.(문제해결 맵)

by 오늘도 생각남

“고모, 글쓰기 공부 어떻게 해요?”


초등학교 6학년 조카가 중학교 국어교사인 누님에게 물었다. 누님은 조카의 질문을 내게 전달했다. 내가 몇 년째 글쓰기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기회다 싶었다. 지금껏 읽었던 십 수권의 글쓰기 책들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볼 기회.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글쓰기의 고민이 문제인지.


“글쓰기가 막연해요. 서술형 문제만 보면 겁이 나요.”


조카는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동안 읽었던 글쓰기 책 내용들이 떠올랐다. 우선 알겠다고 하고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글쓰기, 마인드맵... 그동안 관심 갖고 공부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몇 년 간 공부했던 내용이 내 조카의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지식이라면 답은 둘 중에 하나였다. 쓰레기통 속에 버리거나 쓰레기통에 머리 박고 반성하거나.


‘초등학교 6학년 조카의 글쓰기 고민’을 문제 해결 맵으로 정리해봤다.


1) 중심 이미지


초등학교 6학년, 글쓰기, 두려움. 내가 생각한 키워드다. 숫자는 글자보다 눈에 더 잘 띈다. ‘6’이란 숫자를 가장 크게 그렸다. 글쓰기를 상징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연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두 자루의 연필을 ‘X’로 표시했다. ‘초등’, ‘글쓰기 고민’ 등 나머지 글자는 작게 그렸다.

2) 주요 가지

문제 해결 맵의 가장 전형적인 주요 가지 패턴은 6단계다. ‘검토 배경 - 현황 – 문제점 및 원인 – 개선방안 – 기대효과 – 향후 일정’


3) 세부 가지


가. 검토 배경

‘초등 6학년 조카’가 ‘글쓰기 고민’을 하고 있다. 가지에는 한 문장을 쓰기보다 의미단위로 문장을 쪼개는 것이 좋다. 쪼갤수록 생각의 가지를 더 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고민의 구체적인 내용은 ‘글쓰기의 막연함’, ‘서술형 문제의 두려움’이다.

나. 현 황

문제 관련 현황은 ‘외부 현황’과 ‘내부 현황’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 현황은 ‘수행평가 증가’를 들 수 있다. 수행평가의 평가지표는 글이다. 고로 ‘수행평가 증가 = 글쓰기 중요성 증가’를 의미한다. 내부 상황을 살펴봤다. 조카의 영어, 수학 성적은 우수한 편이었다. 어릴 적부터 영어, 수학 학원을 다녔다. 또한, 영어, 수학은 공부방법이 쉽다. 외우면 된다. 국어는 어떨까? 읽기 능력은 중간 수준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동시 등 제법 글을 썼는데 고학년이 될수록 글쓰기가 정체됐다고 한다. 논술학원 선생님 말로는 발표는 제법 잘한다고 했다. 조카의 글쓰기에 대한 아빠(우리 형)의 태도는 어떨까? 아들이 깊이 있게 사고하고 글을 잘 쓰기를 바라며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많이 한다고 했다.

다. 문제점 및 원인

문제 해결은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나의 생각’을, ‘끄집어내서’, ‘문자로 표현’ 하는 것이다. 한 작가는 글쓰기를 ‘징검돌 놓는 것’에 비유했다. ‘생각의 돌’(나의 생각)을 ‘옮겨다가’, 나와 독자 사이의 냇물에 ‘배열하는 것’이다. 여기서 세 가지 질문이 가능하다. 첫째, 나의 생각이 있는가? 둘째, 내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는가? 셋째, 끄집어낸 생각을 적절하게 배열할 줄 아는가? 조카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 책을 가까이하고, 논술학원 선생님의 평가로는 발표를 잘한다고 했다. 어렸을 적에는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다시 한번 조카의 말을 떠올려봤다. ‘글쓰기가 막연해요’, ‘서술형 문제가 두려워요’ 조카는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 아는 것이 늘어나고 주변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정해진 곳에 생각의 돌아 놓아 정답인 징검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


문득 배우 유아인이 영화 ‘베테랑’에서 한 유명한 대사가 생각났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어요.” 조카의 글쓰기 고민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조카의 고민일까? 아니면 ‘아들이 글을 잘 쓰기를 바라는 아빠의 고민’에 대한 아들의 고민일까?

라. 개선방안

생떽쥐베리가 말했다. 배를 만들려면 선원들에게 배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말고 드넓은 바다를 보여주라고. 조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보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인 듯하다. 어렸을 적 가지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재미를 다시 알게 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글쓰기에 대해 무한 칭찬도 필요하다.


개선방안의 목표는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로 나눠볼 수 있다. 단기 목표는 글쓰기 두려움을 해소하고 서술형 글쓰기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잘 쓰자’에서 ‘잘’이란 말을 떼어내도록 아빠의 칭찬과 기다림이 필요해 보인다. 조카도 생각의 돌멩이들을 쏟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글로 쓰기 전에 먼저 말해보기, 만다라트와 마인드맵 같은 도구도 생각 쏟아내기에 도움이 된다. 잘 배열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생각의 돌멩이들을 꺼낼 수만 있다면 배열하는 것은 쉽다. 몇 가지 배열 유형만 익히면 된다. 장기 목표는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깨닫고 자신만의 세상 인식과 자기 언어를 갖고 자주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 기대효과

단기적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서 수행평가에 잘 대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뚜렷한 세상 인식과 섬세한 자기 언어를 가져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 향후 일정

비대면 소통이 대세인 시대다. 언제 조카를 대면할 수 있을지 모르니 화상회의 시스템(줌 등)으로 조카와 형과 만나야겠다. ‘글쓰기 재미있어?’라는 첫 질문을 조카에게 건넬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조카의 생각을 듣고서 작은 아빠(나)가 생각한 내용들을 전해줘야겠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만나 아빠가 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는지 드넓은 바다를 보여줬는지 물어야겠다.

4) 문제해결 맵에 대하여


맵은 도구다. 맵 자체가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생각을 전개하는 뼈대를 잡아줄 뿐이다. 가지를 완성하는 것은 나의 질문과 연상이다. 뼈대에 맞춰 상황을 나열하고 생각을 정리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황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다.


문제 해결 맵의 핵심은 문제 상황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통해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일이다. 잊지말자. 문제해결은 언제나 How가 아니라 충분한 Why가 먼저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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