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갖었던 목표다. 성장을 위해 독서만큼 좋은 것도 없다. 일전에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물도 차야 넘치듯이 절대량의 노력이 투입돼야 성과가 나온다는 '양질 전환'의 법칙. 100권은 좀 약한 것 같아 아는 형님과 '3년에 1000권' 읽기에 도전한 적도 있었다. 밴드를 만들어 남자 둘이서 매일 읽은 책의 내용과 감상을 열심히 기록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참 ‘양적 독서’에 빠져있던 나를 멈추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인이 책에서 찾은 좋은 문장이라며 내게 공유를 해줬다. 일상의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문장이었다. 그런데 그 문장은 내가 며칠 전 읽었던 책에서 발췌한 것이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문장. 분명 나도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이었는데. 읽은 책 권수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읽어야 할 내용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목적지만 생각하고 빨리 달려 들판에 핀 예쁜 꽃들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운전자처럼. 이런 식이면 '1만 권'을 읽어도 무슨 소용일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양적 독서를 멈췄다. 그 때부터 고민을 시작됐다. '남는 독서'에 대한 고민.
“독서 삼독입니다. 텍스트를 읽고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독서는 필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탈주입니다.”
신영복 작가님의 ‘처음처럼’이란 책에서 남는 독서의 실마리를 찾았다. 독서는 죽고 사는 문제였다. 필자가 죽어야 내가 산다. 이전까지는 신영복 작가님의 말과는 반대로 내가 죽어있었다. 어떻게든 필자가 말하는 핵심을 찾으려는 노력만을 했다. 내 생각은 접어 둔 채. 남는 독서는 내가 사는 독서다. 텍스트를 읽고 내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신영복 작가님의 따끔한 조언 이후, '내 생각을 남기는 독서'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실천하고 있는 방법은 ‘맵을 통한 질문 독서’이다. 이 방법을 통해 책이라는 방대한 '외부정보'를 정리하고 내 생각을 남기고 있다. 맵을 통한 질문 독서법을 '독서 전 – 독서 중 – 독서 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해보겠다. 어른의 공부 목적과 방향을 잘 설명하고 있는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예로 들겠다.
1) 독서 전 맵
책 제목만 읽고 질문을 시작한다. 책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과 질문을 적는다. 질문에 대한 답도 적어본다.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을 한번 끄집어 내보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서 필자에게 얻고 싶은 것도 세 가지 이내에서 질문을 적는다.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적어본다.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책 제목을 보고 나 자신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왜 이 질문을 할까? (공부의 목적이나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서) 둘째, 나에게 공부란? (학창 시절엔 입시를 위한 수단, 지금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 셋째, 공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나를 출력하는것) 이 책을 통해 얻고 싶은 것도 필자에게 세 가지을 질문했다. 당신에게 공부란? 효과적인 출력을 위한 공부법은? 혹시 질문?(그렇다면 질문 잘하는 방법?) 책을 읽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개념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 그리고 무엇을 찾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방향이 잡혔다. 이것이 독서 전 맵 작성의 목적이다. 책을 읽기 위한 지도(맵)를 얻은 것. 독서 전 맵은 책 표지를 열고 책의 첫 번째 여백에 작성하는 것이 좋다. 책의 목차보다 우선한 나만의 책 읽는 목차라는 의미다.
2) 독서 중 맵
책을 읽다 보면 앞부분의 내용이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많다. 책을 다 읽고 나도 '완결'이라는 뿌듯한 기분은 들지만 책 내용은 듬성듬성 기억이 날 뿐이다. 인상적인 부분에 밑줄을 긋기도 하지만 다시 볼 때는 왜 밑줄을 그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메모가 필요하다. 특히, 맵을 통한 메모는 가독성을 높여준다. 독서 중 맵을 그리는 경우는 두 가지다. 책의 한 챕터가 끝났을 때 중간 정리를 위해. 챕터마다 작성하는 중간 정리 맵은 책을 다 읽고 책 전체의 내용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책의 한 구절이 나를 흔들어 댈 때도 있다. 이 순간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때도 맵을 작성 해야 한다. 가지에 가지를 뻗어 나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도 있다.
'공부란 무엇인가'의 '공부의 기대효과' 챕터를 중간 정리 맵으로 정리했다. 필자가 말하는 공부의 기대효과는 두 가지다. 첫째, 세상에 대한 '섬세한 인식'을 갖기 위해서. 공부를 하면 구별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둘째, '섬세한 (자기) 언어'를 갖기 위해서. 단순하지 않은 삶을 명확한 자기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공부란 결국 '구별 능력'을 갖기 위함이다. 흐릿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능력. 보이지 않는 맥락과 본질을 찾아내는 능력. 여기에 내 생각을 남겨봤다. 내 꿈은 기획자다. '기획자'는 '구별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단순한 현상에서 차별점을 찾아내고, 동일해 보이는 것에서 차별점을 보여 주는 사람. 내가 얻고자 하는 공부의 기대효과다.
독서 맵을 그릴 때는 검은 펜으로 그려도 좋지만 이왕이면 주요 가지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내 생각을 남기는 가지는 단순히 정보를 정리한 것과는 색깔을 구분하는 것을 추천한다.
3) 독서 후 맵
마지막은 책을 다 읽은 후 작성하는 독서 후 맵이다. 다시 신영복 작가님의 말씀을 떠 올려보다. 독서는 서삼독이다. 독서 후 맵의 주요 가지는 필자, 텍스트, 나 세 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좋다. '나'에 대한 세부 가지는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으로 구분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상 깊게 읽은 내용, 거기서 깨달은 것들, 마지막으로 내 생활에 적용할 것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이 가지들이 내가 생각하는 독서 후 맵의 가장 표준가지들이다.
성장을 위한 공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공부란 무엇인가' 이 책의 일독을 권해드린다. 이 책에 대한 독서 후 맵은 주요가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갈음하겠다.(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기 때문에 맵을 못 그렸다는 사실은 비밀)
4) 외부정보 정리 맵에 대하여
외부정보 정리 맵은 책 이외에도 신문기사, 보고서 등 다양한 분야의 복잡한 정보를 한눈에 정리할 수 있다. 유튜브 강의나 현장 강의에 대한 필기를 할 때도 외부정보 정리 맵은 유용하다. 맵으로 필기를 하면 집중도도 높아지고 강의 내용을 한 장으로 구조화해서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외부정보 정리 맵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방대한 분량을 한 장의 맵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공부는 다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강사, 발표자 등 말로서 누군가에게 콘텐츠를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도 잘 활용할 수 있는맵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필자가 죽어야 내가 산다. 그리하여 '공부란 무엇인가?' 이 글을 읽고서 내용을 정리하고 이 글에 대한 내 생각의 가지를 한 줄이라도그려보는 것(출력), 그것이 바로 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