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소를 몰아 밭을 갈고 있었다. 분명히 곧게 밭을 가는 것 같았는데 뒤를 돌아보면 계속 비뚤빼뚤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아버지가 밭 가는 노하우를 알려주셨다. 그것은 밭을 갈 때 바로 앞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는 ‘나무’를 기준으로 삼는 것. 철수는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대로 멀리 있는 나무를 기준점을 잡고서야 밭을 똑바로 갈 수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도덕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단순하고 명쾌한 메시지를 잊을 수 없다. 이 이야기는 ‘목적(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목적(목표)이 분명한 사람은 잠시 길을 잃더라도 금세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마인드맵(이하 '맵'이라 부르겠다)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Why’이다. 왜 맵을 그리는지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목적에 따라 중심 이미지의 중요성이 달라지고, 주요 가지, 세부 가지가 뻗어나가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맵 활용의 3단계, 정리 - 발견 - 활용
앞서 목적에 따라 맵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내부 생각 정리, 외부정보 정리, 아이디어 발견 및 문제 해결, 기획, 계획 수립. 다섯 가지 유형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맵 안에 다섯 가지 목적이 모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더 자세한 이해를 위해 맵 활용 프로세스와 맵 유형 간의 관계를 살펴보겠다. 맵 활용 프로세스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 정리 - (2단계) 발견 - (3단계) 활용. 생각이나 정보를 정리하고, 아이디어나 의미, 가치를 발견한 후 자신의 삶에 적용함으로써 더 나은 삶으로 개선해나가는 흐름이다.
활용 프로세스별 마인드맵 유형
(1단계)는 내부 생각이나 외부 정보를 정리하는 단계다. 정리는 맵 작성의 가장 직접적인 목적이다. 우선 내부정보나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맵을 그리면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분석할 수 있다. 파편적으로 입력했던 머릿속 정보들을 구조화해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다. 맵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지에 가지를 뻗어가면서 심연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심연의 감정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감정을 다독일 수도 있다. 또한, 과도한 외부의 정보들도 한눈에 보이도록 정리할 수 있다. 책, 유튜브 강의, 보고서 등의 내용을 한 장으로 구조화하여 정리가 가능하다.
(2단계)는 맵으로 정리된 정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발견’ 단계이다. ‘아이디어 발굴 및 문제 해결’ 유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리가 안 된 책장에서 책을 찾기는 어렵다. 주제별로 목차별로 잘 정리된 책장에서는 책을 찾기도 쉽고, 유사한 책 간의 비교도 가능하다. 생각정리도 마찬가지다. 연상이나 기존 생각 간 연결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도 있고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거나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는 문제 해결을 할 수도 있다.
(3단계)는 정리된 생각에서 발견한 의미나 가치 등을 ‘활용’하는 단계다. ‘기획’, ‘계획 수립’ 유형이 여기에 속한다. 기획과 계획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여기서 기획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었고, 계획은 실행적인 부분에 의미를 두어 구분했다. 맵을 통해 고객들의 불편과 욕구를 찾아내고 그것을 충족하는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 계획 수립은 단기 계획과 장기계획으로 나뉜다. 하루 일과나 여행 계획 같은 단기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 연 단위 목표나 인생 목표처럼 장기계획을 수립할 수도 있다.
맵목적 vs 맹목적
맵의 유형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맵은 도구다. 도구 자체는 답을 주지 않는다. AI가 아무리 최첨단 도구라 하더라도 AI가 문제 해결의 답을 주지 않은 것과 같다. 의미를 발견하고 답을 찾는 것은 사용자의 역할이다. 도구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잘 활용할 수 있다. 목적이 빠진 수단은 공허하다. 맵은 지도다. 생각의 지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굳이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이유는 길을 찾기 위해서다. 길을 알려주지 못하는 지도는 존재 의미가 없다. 우리의 목적은 맵을 통해 삶을 개선해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맵 목적 없이 그린 지도는 맹목적이다. 맹목적인 맵은 지도가 아니라 미로가 된다. 그리고 길을 잃게 된다. 자기 계발 분야에서 뼈 때리는 유명한 질문이 하나 있다.
언제까지 자기 계발 책만 읽고 있을 거야?
실천은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입력만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맵을 그릴 때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자신이 그리는 맵이 어느 단계인지 어떤 유형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목적을 분명히 해야 맵의 미로에 빠지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