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울림 Jul 14. 2020

#.1

주간 <임울림>


신림역 사번 출구였나? 굉장히 맛있는 우동이 있었다. 스무 살 겨울에 먹었던 포장마차의 우동은 어느 무엇보다도 맛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5년이 지났을 때, 가격이 천 원 올랐지만 맛은 여전했다.


오늘, 서른을 넘기며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흘린 추억들에 대해 생각했다.

왜냐고? 세상이 지루한 탓...이라기보다 내가 지루한 탓이다.


작은 언론사에 입사해 2년 차 기자로 활동 중이다. 여의도와 을지로를 주무대로 다닌다. 땀과 열이 많은 내게 쥐약 같은 여름이지만, 주말 오후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볕 들어오는 창문 밖 풍경이라거나 장마철 축축하게 젖은 거리를 바라보는 건 참 좋다. 그래, 맞다. 그냥 거리를 바라보거나 그런 여유를 즐긴 지가 참 오래된 것 같다. 마냥 사색에 잠긴다거나 호응하지 않는 단어를 끼워맞춰보는 즐거움. 유희.

그런 건 서른을 넘기면서 내게 많이 멀어졌다.


오늘은 넷플릭스로 <프렌즈>를 보다가, 조이와 챈들러가 '레이지 보이' 의자에 앉아 티브이 곁을 떠나지 않는 기행(?)을 물끄러미 곁눈질하면서 나도 참 무모하고도 아름다웠겠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기세라고 해야 할까? 어쩐지, 바보 같은 행동으로 상처가 생기더라도 인생에 이야깃거리 남기는 게 중요한 시기가 있었으니 말이다.


지난 주말에는 <조디악>을 봤는데, 뉴욕의 옛날을 그린 연출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그런 걸까? 나는 과거라는 '불가능'을 가장 큰 아름다움으로 그리워하고 있다. 겪어보지 않은, 선택하지 않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라니.


그 마음을 차마 '후회'라고 부르기엔 너무 치우쳐 있는 것 같아서, 곡예를 부리다 줄 위에서 떨어진 곡예사의 마음일 것 같아서, 그리움으로 일갈한다.


아무튼... 포장마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까? 우리가 애정을 쏟은 것들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금방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금방 다른 것들이 들어찬다.


오늘만큼은, 왠지 그 우동이 먹고 싶다. 이건 아마 내게 다시 올 수 없는 이십 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일 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