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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Mar 19. 2022

그래서, 돈은 돌려받으셨어요?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한 때 홈 미싱을 배웠다. 타지에서 적응해 살아야 하는 바, 외로움도 달래고 뭐라도 배우는 게 나를 위해 좋았다. 바느질은 꽤나 시간이 소요될 듯했고 소질도 없다 느꼈기에 비교적 홈미싱이라면 도전해 봄 직도 하다. 처음 배우는 것이 그렇듯 어렵기는 하지만 매력적이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은 외로움을 이기기에 충분했다. 사장님과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하고 함께 수강하러 온 분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새로운 배움이 있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만족감에 공방이 좋아지고 정이 갔다.


시간이 쌓이고 정이 쌓이자 육십 대 중 후반의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싱이 너무나 배우고 싶었던 젊은 시절, 군인가족 어느 분이 아주 잘한다는 전문가였고 없는 돈 있는 돈 끌어 모아 당시에는 목돈인 300만 원이라는 돈을 선 지급하여 수업을 받기 시작했단다. 한데, 수업을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군인 가족은 이사를 갔고 받지 못한 수업에 대한 남은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지역민이 군인 가족을 보는 시선은 왜 그럴까 궁금하긴 했다. 어떤 가게에서 군인가족이라 이야기하면 고개를 돌리고 다시는 대화하지 않으려는 사람, 눈을 피하고 자리를 뜨려는 사람이 있어 적잖이 상처도 받았었다. 군인가족이라고 피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 친해지기도 전에 피하게 만들었을까. 이사로 인해 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을 사람과 지역에 남는 사람들. 오가는 과정에 오해가 없을 리 만무하고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서 어긋남이 있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같은 지역민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고 가까운 지인에게 돈 떼인 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군인가족이기에 이 사연은 훅 하고 파고들었다.


아마도 사장님은 군인가족인 나를 보고 젊은 시절 일이 떠올랐나 보지만 듣는 내 얼굴은 화끈거렸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난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희망을 품은 채 전달받았을 수업료와 이사 이유로 다시 돌려주지 않았을 때 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돈 외에 이사라는 것을 핑계로 책임감을 다하지 않고 자리를 뜨는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지역민의 회피하는 눈빛에서 읽힌다. 차가운 태도에서 느껴지는 냉랭함은 아무 이유 없이 하는 행동은 아닐 거다.


희한하게도 이동이 결정되고 이사를 앞두게 되면 그간 지낸 지역에서는 마음도 정리가 되어간다. 새로운 지역에 닿아서 살아갈 기본적인 생계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근간이 되어줄 것들을 알아보고 챙기게 되면 그간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거나 적응에 함께   많은 기억이 추억으로 색이 변한다. 아마도 사장님이 만났던  분도 이사  생각에 마음이 분주해 미처 돌아보지 못한  아니었을까. 이해하긴 하지만  문제는  난감하고.


사장님께 전할 말이 무색해 입은 다물었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군인 가족으로서 어떤 자취를 남기고 이사해야 할까 교훈이 된다. ‘이사를 앞두고 굳이 입장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변론하고 싶었지만 차마 내뱉지 못해 머금은 말이 오랜 시간 함께 한다. ‘떠날 사람 정 안 준다’는 분에게 정이 들고 ‘타지에서 오면 쳐다도 안 본다’는 분이 살갑게 챙겨준 마음에 감사해서 지금도 오다가다 홈미싱 공방이라도 볼라치면 발길이 머문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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