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고향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이사 다니다 보니 고향이라는 의미가 흐려진 걸까. 어느 한 지역에 애착을 가지고 살면 그게 고향이 되는 건가? 어렸을 때부터 나고 자란 곳에서 쭈욱 살아왔다면 고향이라는 의미는 더 짙은 걸까? 명절에 방문하는 친정 있는 곳이 고향이 될까? 친구와 여전히 변치 않고 지낸다면 과연 고향은 그때 그대로 있어 줬을까.
고향(네이버 어학사전 中.)
1.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2.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3.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여자는 결혼하면 친구 의미가 흐려지기에 ‘우정이 없다’는 말을 보기 좋게 부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개성 강한 20대 시절, 친구가 너무 좋아 매일 같이 만나고 모든 걸 함께 하고 아끼는 것들을 공유하던 시기. 우정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기. 나이 들어도 등산하면서 파전과 막걸리 마시며 인생을 살리라 그려보던 시기. 철부지 그 시절 만났던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고 오래 사귄 이와 관계가 시들해지고 연락이 뜸해지면 추억을 함께 공유했던 사람들의 의미도 희미해진다.
절대 친구들과 멀어지지 않겠다는 말이 보기 좋게 깨진 듯하다. 고향을 떠나와서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이사를 다닌다는 건 일상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수시로 깨어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먹고살고 아이들을 키우고 간신히 내 일을 해내는 과정 등등. 새로운 지역에서의 일상에 적응하고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친구는 강 건너 어딘가로 흘러간다. 다시금 되돌릴 수 없는 추억만 남긴 채.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서로 잘 지내느냐라는 표면적인 인사만 건넬 뿐. 각자의 인생에서 숙제를 해 나가다 보니 공통점을 찾기란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 산다고?’의 범위에서 크게 변함이 없는 대화. 새로운 지역에서의 적응기가 주된 내용이 되는 반복적인 대화. 그러다 핸드폰에서 통화버튼을 누르기 애매해지는 지점이 오다가 자연스레 멀어지는 관계. 어느새 카카오톡 프로필에서만 안부를 보게 되는 거리감.
우정이 아이의 학교 친구 엄마 내지는 아이로 인해 만난 사람들 범주 어딘가에 있다 보면 때론 어릴 적 무엇이든 함께 나누는, 나를 잘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벗이 그립다. 그냥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다 느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관계. 너는 이런 사람이야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우정이란 색이 옅어진 지점에서 홀로 추억 어딘가를 거닐다 흠칫한다. 어쩌면 여느 사람들처럼 똑같이 살고 있구나 싶어서. 친정이 있는 지역을 방문해도 어렸을 적 놀았던 소소한 곳들이 사라졌는데 과연 영원한 것이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변치 않음이란 고립일 수도 있어, 변화가 성장하는 거지’ 다독거려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리움은 그 시절 어딘가를 배회해 본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