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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Jan 03. 2022

군인가족입니다만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내 나이 스물아홉에 우리는 만나 재능기부 공연을 하며 연애했다. 음악치료 팀, 악기 팀이 어우러져 치유음악 콘서트를 했는데 나는 음악치료사, 남편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다. 한 달에 한번 만나 아이디어 회의하고 합동 연습하고 공연했다. 차츰 공연뿐 아니라 사랑도 키워나간 시간이다. 그 당시 나는 대학원(26기) 생이고 남편은 26사단 근무라 우리는 어쩜 생활하는 숫자도 인연이냐며 신기해했다. 지금이야 낯간지럽고

새삼스러운,  작은 것에도 설레어하고 사랑인가 보다 의미 두며 풋풋하고 상큼했던 시절이다.


남편 직업은 군인, 군악대장이었다. 군인이라면 철부지 20대 초반 친구들이나 오빠 동생이 입대하던 것이다. 훈련소 들어가면 이등병이 되고 일병 되고 이별 많이 한다는 상병,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병장.

대학 때 같이 다니던 복학생 오빠들,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 군인가족은 이사 많이 다니더라 하는.

내가 아는 군인은 위 이야기가 전부다. 군악대장이라는 남편 직업은 참 신선했다. 단번에 떠오르는 질문은

 ‘전쟁 나면 군악대장은 무엇을 하나’였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군인 만나서 결혼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고.


누구나 그렇지 않지만 대체로 그렇듯이 열렬히 연애를 하며 헤어지기 싫고 함께 살고 싶기에 결혼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업 군들 중 하나인 군인, 차이가 없는 듯하면서 특수한 색채를 띠는 군인가족 삶.

잦은 이사, 관사에 무리 지어 사는 것, 계급 사회, 그에 따른 일련의 관계나 소통들, 군인가족으로 살면서

좋거나 어려운 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 부모가 되면서 경험하는 육아와 군인가족의 자녀들이

겪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 또한 군인가족이 된 후 마주치게 되는 내조의 책임감까지.



나로서 서고 싶은 개인성과 군인 아내라면 내조해야 한다는 문화성, 혹은 보편성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아이러니할 때가 있다. 직업 특성상 2,3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니 나의 직업을 갖기에는 시기가 애매할 적이 있다. 또한 아이 키우기에 엄마 자리는 필수라 생각하여 자의 반 타의 반 주부 삶을 산다. 나와 가정을 위해 남편을 위해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 군인가족이 되었다고 남편에게 흠이 되지 않기 위해 책임감이 요구되는 상황을 만난다. 그럴 때면 군인 가족으로서 삶과 여성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남편이 아니더라도 추후 내가 벌면 된다, 신랑이 군인일 뿐, 나는 군인이 아니다. 그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남편의 계급에 따른 서열 문화, 군인 가족이기에 내조해야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공기처럼 서려있는 것이 부담스럽다. 내조하며 진급을 위해 사는 삶이 군인 아내 철학이 될까?


같은 직업 군의 직종이면서도 이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은 다들 다르다. 다르다는 것에는 각자의 개성이

있다는 것이고 개성은 비교를 가지고 온다. 같은 아파트, 비슷한 공감대, 월급, 계급사회, 스케줄. 그것은 결국 같은 듯 다른 나와 너의 비교로 연결되어 미묘한 감정 흐름의 토대가 된다. 괜찮다 하면서도 괜찮지 않을 때,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까. 어쩌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감정을 느끼겠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일까.


군인가족이라면 누구나 다들 그렇게 사니까 라는 범주 안에 넣어 기준치에 맞춰지는 것이 못내 아쉽다.

먼저 걸어간 선배 군인가족은 세월이 흘러 예전 같지 않게 수월해졌단다. 포장이사가 그렇고 가족 간 서열

분위기도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감정이 이는 것은 군인가족이라고 해서 마치 봉사와 책임감이

당연한 듯 1+1처럼 비치는 게 편하지 않다. 군인가족의 삶은 과거 어디쯤 여성 삶을 재현하고 있는 것에

이질감이 인다. 군인이 아님에도 가족들 사이에 존재하는 서열 문화. 그렇게 군악대장, 군인의 가족으로 산지 어언 10년을 향해간다.


  군인가족이라는 시선 아래 내 삶이 획일화되는 것만 같다. 남편 직업이 군인이라서 겪는 일상을 들려주는

책은 없을까. 밥 먹고 아이들 키우고 공통된 직업군으로 살며 울고 웃었던 책은 없을까. 숨 쉬고 바람 부는,

살아있는 현장을 이야기하는 일상이 궁금하다. 기나긴 역사를 지닌 군인이라는 직업과 군인의 아내로

살아가야 하는 여성의 길. 나 혼자 개인의 힘으로 발버둥 치기엔 바위에 계란 치기이다.

또 군인이지만 악기를 전공하고 음악을 유지하고 있는 특색 있는 부류, 군악대장이기에.......

그 모든 것은 현실의 무게감으로 때론 무겁고 버겁게 하기도 한다.

군인 아내로서 나는, 여성으로서 나는,  어떤 의미로 정의해 갈까.


 

사진출처. Unsplash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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