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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Jan 04. 2022

쉿! 비밀이에요.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자기는 계급이 뭐야?”

“대위”

“자기는 어떻게 하다 군인이 됐지?”

“장교 시험 보고”

“어쨌든 나도 계급 좀 가르쳐줘. 사람들이 ‘군악대에 무슨 무슨 일이 있었죠?’라고 물어보면

‘네?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하게 돼. 자기가 부대 이야기를 안 하는데 내가 뭘 알아야 말이지.

쫑알쫑알 궁금한 점 한 바가지를 꺼내놓는데, 남편이 가만 듣다가 대뜸 물었다.

“너 혹시 간첩이야?”

“응? 뭐라고?”


간첩이라는 말을 한참 생각했다. 몰라서가 아니라 언제 적 단어인지 문화적 쇼크로.

세상에, 이....... 무슨........ 어리둥절한 내게 남편이 대뜸 더 묻는다.

“간첩이냐고. 내 사생활에 은근히 침입해서 뭐 뜯어내려고 결혼한 거야?”


그렇게 군 관련 이야기는 끝이 났다. 간첩 단어를 듣고 어이가 없어서 아예 질문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는

표현이 옳다. 군악대장이 주로 하는 일은 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그저 궁금했다. 직업 관련해 질문하면

이런 상황을 맞닥뜨려야 하나보다 짐작하게 됐고 간첩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의 황당함이 희한하게 싫었다. 해서 사람들에게는 ‘잘 모르겠어요, 남편이 일 관련해서는 일절   말이 없어요.’라고 한다. 이야기해 봤자

‘수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일이고. 그냥 모르는 채 사는 게 마음 편하지 싶어  관심 두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결혼 후 4,5년 차나 되었을까. 신혼을 시작한 지역에서 두 어군데 더 이사하고 난 후다. 부대에서 군인가족 교육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군인 가족 교육이라는 것을 처음 듣기도 했고 출석체크한다 해서 참석했다. 듣고 보니 주로 비밀엄수 관련이다. 남편이 부대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무슨 훈련을 하는지, 근무는 무언지 등등. 관련된 그 무엇도 발설하지 말란다. 통화나 수다로 친정 부모님이나 지인, 그 누구든 이야기하면 안 된다. 예전에 전쟁이 났을 시 군인가족임을 어떻게 증명하는지 알게 된 적은 있었지만 비밀에 부치라니, 처음이다. 그런데 뭘 알아야 비밀에 부치든가 하지. 남편이 집에 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말하지 않는데 웬걸.


그러고 보니 신혼 초 나의 질문들에 대답하지 않았던 남편의 대처가 생각났다. 군 관련해서는 모든 게

비밀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간첩이냐 물었던 것 아닐까. ‘그래서 결혼 초 꼬치꼬치 묻는 내게 간첩이냐고

그랬구나’ 싶은, 참으로 군인 남편다운 대처라고 생각한다. 다시 질문할 엄두도, 궁금한 점을 알고 싶지도

않게 만든 초기 대응 자세 및 단어였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지금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알아야 할

부분은 알려주겠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생략하겠지 정도로 군인가족의 면모(?)를 갖추어 가게 된다.



사진출처.Unsplash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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