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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Apr 12. 2022

당신의 이름은 사모님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무슨 사모님이에요. 닭살 돋지 않아요?? ㅋㅋ 저 아직 30대예요ㅠㅠ. 

그리고 제가 군인 아니잖아요. ㅎ 아직 전 군인가족 사회 처음이라 이런 거 너무 어색해요.

아쉬워요ㅠ 마음의 짐이에요.......”     


언니라고 불러도 되느냐는 그녀의 제안에 나는, 그녀의 남편보다 한 단계 직급이 낮으니 사모님이라 불러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제가 군인 아니잖아요.’라는 그녀의 말에 잔상이 인다. 나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도 그렇게 생각했다.  남편 직업이 군인일 뿐, 나는 그와는 별개인 그저 가족이라고 말이다.      


오래전, 흘려듣는 말이었지만 부쩍 생각나는 말이 있다. 어떤 이가 군인가족을 부를 때 서로가 서로에게 ‘사모님’이라고 부른다며 자신은 상대방의 이름이 ‘사모님’이라 생각한단다. 상대방 이름은 ‘사모님.’

서로에게 존칭으로 존대해 주자는 의미인가....... 혹은  이동이 많기에 친해질 겨를이 없어 사모님으로 통일하자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니면 남편의 계급보다 높으면 무조건 사모님이라고 부르는데 부하이기에 당연히 올려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 같은 동기나 계급에 서로를‘사모님’이라 부르는 연유는 어떻게 설명하지?   

  

내가 아는 사모님은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중년 여성을 일컫는 존칭의 의미이거나, 여자 어른을 높이는 의미가 더 짙다. 그러고 보니 단어가 가진 의미는 얼마나 개인적인가. 사회적인 분위기가 내포된 의미와 이렇게도 결이 다르니 말이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호칭에 대한 민감도가 높았다고 하니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 당연한 게 되는 건가.     


보이지 않는 계급, 그 안에 산다. 친하게 지낸다 해서 마음을 다 열어 보여주는 것도 안 되고 잘해준다 해서 함부로 행동해서도 안 된다. 하물며 혹시나 마음 상하는 일에는 절대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그룹 안에서 산다. 혹여나 나로 인해 남편이 피해를 입을까, 혹여나 흠 잡힐 소문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까, 타인과 다르다는 게 틀린 것으로 간주되어 누명을 쓰지는 않을까. 입는 옷, 말하는 입, 나다운 행동과 개성이 드러나서는 안 되는 조직 안이다.      


어쩌면, 드러내고 싶으면 드러내도 된다. 단, 반드시 뒷감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어려움에 함께 고개를 끄덕였을 때, 누군가에게는 험담으로 와해되어 퍼져나갔을 경우. 어떤 이가 나에게 상처 주었다고 친한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비밀이 반드시 지켜질까. 설령 지켜진다고 한들 대화 나눈 상대방은 뒤에서 뭐라고 생각할까. 싫어했던 사람이 누군가와 이해관계가 되어 다시금 공격으로 다가올 때.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집은 이렇다더라, 저 집은 그렇다더라. 좋고 싫음, 옳고 그름, 불평 혹은 칭찬.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내가 느낀 것들이 어떤 것이든 간에, 몸담고 있는 모든 흐름에 꼬리표로 따라붙을 모든 것에 담담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군인이 남편이지만 평범한 한 개인이다. 이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타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시점에 있다. 현재에 와서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의 인연이 남편 직업을 통한 만남이기에 군 체제와 군대 문화가 요구하는 틀 안에서 만나야 서로가 안전하다고 말이다.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보이지 않는 계급은 존재하고 서로가 위치한 자리가 다르기에 삐걱거림은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다.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전통을 두드리는 행동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나는 무리가 가지는 심리가 두렵다. 무리에서 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사모님이라니, 어색하고 닭살이 돋는다.’는 그녀의 말이 울린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계급이 무슨 상관있어’라고 생각했던 과거를 대면한 것 같다. 시대가 많이 좋아져서 사모님이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한데, 여전히 알게 모르게 계급을 신경 쓴다. 계급의 높고 낮음을 의식하게 된다.  말과 행동을 사리게 된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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