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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Apr 02. 2022

덩그러니, 하나의 섬처럼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일어나자마자 밤새 닫았던 커튼을 좌우로 펼친다. 뿌옇게 서리가 앉은 유리창밖으로 날씨를 확인한다. 미세먼지 유무를 체크하고 클래식 라디오를 켜 침실 한쪽에 자리한 서랍장 귀퉁이에 놓아둔다. 한동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더니 밤새 내리는 비에 모두 가라앉았나보다. 상쾌한 공기 내음이 콧속을 파고든다. 오후에 아이들 하원하면 모처럼 놀이터에서 놀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반갑다.  

    

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주먹밥을 만드는 사이 라디오 소리에 하나 둘 일어난다. 씻기고 입맛이 없다는 아이들을 어떻게든 먹이고 비타민을 입안에 넣어준다. 한참을 고른 옷들을 입히고 목수건을 둘러서 겉옷을 입으면 외출준비가 끝이다. 유치원 버스 타러 집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분다. 춥다. 비가 오고 난 뒤라서 그런지 체감 온도가 낮다.      


아이들이 버스를 타자 손을 흔들며 인사한 후 돌아와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남기고 간 과일이나 식탁을 정리한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어놓고 세탁기를 돌린 후 청소기를 켜 청소한다. 시들해진 화분에 눈이 가 시원하게 물도 주고 아이들과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해서 잔뜩 가져온 고구마를 가져와 씻어 칼로 작게 썰어두었다. 간간이 에어프라이기에 넣어 구워 먹을 거다. 말끔해진 집이 개운하다. 커피를 내리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나도 모르게 크게 심호흡을 한다. 분주한 3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유튜브를 켜서 요가와 스트레칭을 한다. 이제는 다이어트의 개념보다 건강상의 이유로 몸을 움직인다. 좌우로 비틀고 위 아래로 쭉쭉 늘이는 것을 매일 같이 하는 데 어쩜 할 때마다 처음 하는 것 마냥 근육이 뻣뻣한지 모르겠다. 퇴화하지 않고 현재를 잘 유지하기 위해 몸을 분주히 움직인다. 특별히 나갈 일이 없는 이상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정이다.      


부족하지도 넉넉하지도 않는 조각들. 다이어리를 적어 빠진 것이 없는지 체크하고 목표한 일정을 소화시킨다. 반복하는 일상이 안정감은 주지만 결과물이 주어지지 않는 패턴에는 기운 빠질 때가 있다. 이럴 때 타인의 SNS(온라인 상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보는 것은 쥐약이다. 머물러 있는 듯 한 나와 타인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화려해 보이는 사진 속에는 각자가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것들을 가져와 환하게 웃고 있다. 잘들 사는 것 같아 보기 좋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홀로 덩그러니 하나의 섬처럼 떨어져 나와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지나간다. 갑자기 외롭다.      


바쁘게 휘몰아치는 오전시간을 보내고 한적하게 앉아 있으면 그렇게 좋다가도 외로움이 파고든다. 당장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 성취감이 떨어지는 이유다. 타인에게 갔던 시선을 정리하고 핸드폰을 끄기 전, 나의 프로필에서 가족사진을 본다. 아이들도 보고 멋진 남편도 보고. 아래로 주르륵 훑어 내리다 보니 그간 살아온 흔적이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강연에서 만난 여러 강사 분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 남편의 밝은 미소....... 그러고 보니 나에겐 글쓰기 스승님도 글벗님도 있고 전공 교수님도 있다. 깊은 대화가 가능한 동기도 있고 원한다면 근처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방문할 수 있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성장과 꿈을 향한 노력과 인연을 더 중시하는 나다. 나의 시선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감정도 결정된다.   

   


목표한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을 사는 내가 익숙하다. 주변 사람을 만나 감정을 풀어내는 수다를 떤다 한들 오히려 소진 되어 있는 나를 본다. 나에게 충족되는 시간은 책 읽고 글 쓰고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시간이다. 벗 아닌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면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나의 공부에 쉽사리 집중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다. 사람과의 수다보다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더 뿌듯하다.      


닮고 싶은 멘토와 대화하는 독서 시간이 있고 원하면 유투브를 통해 성장을 위한 영상을 꾸준히 참고할 수도 있다. 글 쓰는 시간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내 삶이 축적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나의 꿈을 위한 꾸준함은 희망을 내재한다. ‘지금’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님에 시선을 둔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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