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매주 일요일. 군 교회에서 보면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받던 사람이 같은 아파트 동수에 살며 계단을 오가면서도 인사를 받지 않는다. 처음엔 잘못 봤나 싶어 두어 번 더 인사를 건넸다. 마지못해 목례를 하던 그 사람이 심지어 어떤 날은 인사를 건네면 고개를 돌린다.
‘인사 건네는 걸 못 본 것은 아닌 듯한데 왜 고개를 돌리지?’
인사를 받지 않은 수가 점차 늘어나자 건넨 인사가 허공에 걸려 무안하기도 하고 어색해서 피하나 싶기도 하고 내가 뭔가 실수한 게 있나 되돌아보기도 했다. 못 본 척하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차라리 벽보고 인사하는 게 낫지, 아예 모르는 사이라면 모를까 군 교회에서 매주 보는 사람이고 간혹 대화도 나누는데....... 밖에서는 아는 체를 하고 싶지 않은가? 쑥스러워 그러나?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벼운 목례로 인사 나누는 분들도 많은데 같은 동의 아파트라 더 두드러져 보이는 건가.
심지어 우리 딸아이와 동갑인 그 집 딸도 그 아래 여동생도, 자매가 똑같이 인사를 하지 않는다. 고개는 빳빳하게 세우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다 보면 내가 먼저 인사한다. ‘00야, 안녕?’ 건네니 묵묵부답. 처음엔 어린아이인데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먼저 하면 되지 싶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아이 상대로 인사받으려는 꼰대인가 싶다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받은 교과서에서 이걸 봤다.
아, 다행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보니 아이 상대로 인사받으려는 꼰대가 아님에 안도감이 든다. 어떤 이는 인사를 받고 어떤 이는 인사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가 지나가는 말로 들었다. 병원에서 태움이 있다면 군인에게는 ‘길들이기’가 있단다. 인사하는 것을 봐도 인사를 받지 않는 것. 네가 나에게 복종하는지 안 하는지 가늠하는 방법. ‘아, 그래서 내 인사를 그렇게도 받지 않았구나.’
새삼 인사를 건네고 받는 문화가 얼마나 따뜻한지 느낀다. 이곳과 저곳의 공간에 온기가 들어차는 따뜻함은 인사부터 시작이구나 배운다. 누군가가 인사를 보고도 받지 않는 건 냉기가 흐르는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라는 걸 느끼고 개인이 개인을 거부하는 일종의 거북함 같다. 인사라는 게 가볍지만 이렇게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딱딱한 분위기를 녹여주는 작은 난로 같은 것.
이사를 다니다 보니 온기가 그리운 건가. 가벼운 목례라도 받았으면... 바랬다가 인사를 받고 안 받고는 상대방의 마음 아닌가 싶다. 인사가 오가는 따뜻함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타인에게 인사하는 사람이면 된다. 인사의 중요성과 따뜻함과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단추를 내가 먼저 꿰면 어떨까 하는 지점이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