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린 Apr 17. 2022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좋을 선택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군 종교를 다니면서 이건 좋다 하는 부분은 호칭이다. 계급 상관없이 종교 관련 단어로 부르는 것. 누구 아내이고 어떤 계급의 남편인지에서 아주 조금은 자유로움이 허용되는 단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계급인지 다 알고 있었지만 그 점은 기본적인 예후를 갖출 수 있는 참고 사항이 되어줬고, 종교 안에서 만남은 정감으로 다가왔다. 


허나 그것도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단어의 색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 결국엔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집사님이라는 표준단어에도 불구하고 소수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00 엄마’라고 불렀다. 보통 아이의 학교 친구 엄마들, 아이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만날 때 듣는 단어. 그것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면 모를까 ‘00 어머니’나 ‘00 어머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꼬박 꼬박 ‘00 엄마’다. 


계급이 한참을 높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남편과 입대 동기임에도 ‘00 엄마’라 붙이는 데는 한 단계 위 아래인 디테일한 계급 차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의 간극을 달리해 주고 한 끗 차이지만 더 높고 낮다는 차이점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 지인과 통화하면서 ‘지금 00 엄마랑 있어요’ 라는 문장에서 특유의 지극히 높으신 위치를 확인한다. 자신은 더 높고 나는 더 낮은 위 아래의 관계. 이건 호칭 뒤에 숨은 ‘사모님’ 의미 아닐까.


사모님

1.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2.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3.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네이버 어학사전 中.)


여자 어른을 높이는 말

질문. 여자 어른을 높일 때에 쓸 만한 단어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답변.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인 ‘여사(님)’이나, 남의 부인이나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인 ‘사모님’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습니다. (네이버, 우리말 바로 쓰기 中.)


우리말 바로 쓰기를 보니 여자 어른을 높일 때 쓰는 단어,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사모님 보다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개인적으로 더 좋기는 하지만). 남의 부인이나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의미도 포함한다. 내가 아는 의미는 존경하는 여성 스승, 혹은 존경할만한 스승의 부인에게 붙이는 의미가 ‘사모님’이었다.


현실에서 ‘사모님’이 내포하는 의미는 너와 나의 사이가 ‘남편 계급’으로 결정되고 높고 낮음의 의미부여다. 이로 인해 너와 나의 디테일 한 차이점을 만들어 낸다. 서열이 분명한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호감이 가고 친해지고 싶은 순수한 마음은 높고 낮음의 벽 앞에서 가로 막힌다.


사람의 마음가짐이 ‘너와 나의 계급 차이’이고 ‘위 아래’의 서열이라면 집사님이라 부르는 게 무슨 소용일까. 세월이 흘러 중년 이상의 여성에게 붙이는 호칭을, 나에게는 중후하게 느껴지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높고 낮음을 비교하고 스스로 안위할 수 있는 단어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사모님’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재정의 할 것인가, 혹은 범위를 넓힐 것인가. 다양한 사람은 존재하고 추구하는 이상이나 바람도 존중한다. 내가 어떤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온 세상 통용되는 보편성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타인의 뜻을 이해하고 인정하되 내가 원치 않으면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이 바란다면 모르는 척 ‘사모님’ 단어에 익숙해지는 게 보편적이고 문화와 역사에 순응하는 거겠다. 다만 마주치고 싶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나에게 좋지만 타인에게도 무난할 선택. 그 점을 바란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분위기를 녹여주는 난로 같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