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찾는 것은 질문

예술비타민

by 태린


나의 역사와 사회에서의 교차점이 정체성이라고 한다. 나라는 구조(기질)과 환경에서 규정되어지는 다양한 역할 교차점의 어느 지점이 곧 나의 정체성이 된다고 한다. 정체성을 찾는 일은 하나의 답을 얻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 가깝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왜 이 선택을 반복하는가. 이 질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문장으로 도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국면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나며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내 안에는 ‘나의 중심’, ‘에너지’, ‘삶의 태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것’이라는 말들이 흩어져 있다. 이는 정체성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돌보고, 어떤 상태로 하루를 살아내는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정체성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몸의 감각, 감정의 흐름, 삶의 리듬 속에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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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나의 역사와 사회가 만나는 교차점이라고 한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구조 위에 가족, 교육, 시대, 지역, 관계라는 환경이 덧입혀지고 그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역할을 살아낸다. 자식으로, 부모로, 학생으로, 노동자로, 예술가로, 시민으로. 이 역할들이 겹치고 충돌하고 흔들리는 지점, 그 어느 한 지점에 ‘지금의 나’가 잠시 서 있다.


그래서 정체성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에너지를 쓰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어디에 힘을 쏟고 어디에서 소진되는지를 알아차리는 감각이다. 메모 속의 문장처럼 “내 에너지를 잘 쓸것”, “내 에너지의 쓰임을 알 것”, “과도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것” 이런 실천들이 곧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 된다.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잘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잘 살아내고 있는가’를 묻는 태도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고, 내 마음을 관찰하며 기뻤던 순간을 기억해보는 것.


그리고 묻는 것이다.

“나는 언제 기뻤는가?”“그 기쁨은 누구와, 어떤 상태에서 가능했는가?”

결국 정체성은 나라는 구조와 사회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수많은 교차점 중 하나의 현재형 선택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방향으로 나의 에너지를 쓰고 싶은가. 그 질문에 성실히 답하려는 태도 자체가 이미 정체성을 살아내고 있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정체성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질문 속에서 계속 갱신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나는 여전히 나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