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정원을 가꾸는 시간

예술비타민

by 태린

음악은 감상하기엔 쉬워도 연주하기란 어렵다. 일정한 시간을 정성껏 들여야 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무한한 반복 연습을 거쳐야 한다. 그 연습의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지만, 무엇이든 공을 들여야 그 열매가 달콤한 법이다.


나는 사물을 자연에 비유하기를 좋아하는데, 음악 역시 자연의 섭리와 꼭 닮았다. 처음 곡을 받아 들고 시작하는 단계는 씨앗을 심는 과정과 같다. 음표 하나하나를 눈여겨보며 익숙해지도록 더듬더듬 연주해 본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곡의 분위기를 살피고, 작곡가가 어떤 의미를 담아 곡을 썼는지 가늠해 보는 시간이다.

본격적인 연습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땅 위의 시기'다. 손에 곡이 잘 익어 연주가 한결 편해지도록 연습에 몰두한다. 매만지고 다듬으며 단순한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제법 곡이 모양새를 갖추게 되는데, 사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강약의 조절, 점차 커지고 작아지는 소리의 변화, 찰나의 쉼표와 호흡을 어떻게 처리할지 깊이 연구한다. 물론 이 과정들이 무 자르듯 나뉘어 있지는 않지만, 연습 내내 이 모든 요소를 염두에 둔다. 불필요한 습관은 덜어내고 곡의 흐름에 몸을 맞추며, 악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한다. 연주자의 기량을 발휘해 악보와 온전히 호흡해야 하는, 가장 강한 의지가 필요한 지점이다.


홀로 인내하는 연습의 시간은 즐거움과 괴로움이 공존한다.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손가락을 마주하거나, 유독 자주 틀리는 지점에 머물 때면 한계를 시험하는 인고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실수하는 부분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바로잡는 과정은 마치 잡초를 뽑는 일과 같다. ‘한 곡’이라는 정원을 가꾸며 솎아낼 것은 솎아내고, 채울 것은 채우며 조화로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셈이다.


설령 연습이 완벽하더라도, 연주의 정점은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음악은 연주자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감상하는 관객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혼자 연습하여 모두와 나누는 '공감의 협연'이다. 결국 연주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다. 서로 경청하며 아름다움을 나누는 호흡의 순간, 우리는 비로소 열매를 맛본다. 때로는 튼실한 과실을 맺기도 하고, 노력에 비해 작고 아쉬운 결실을 얻기도 하지만, 공연이라는 수확을 통해 우리는 성취감과 보람을 얻는다.


공연이 마무리되면 겨울 같은 휴식기가 찾아온다. 이는 다시 씨앗을 심기 위한 준비기이기도 하다. 음악의 여정은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반복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나는 다시 악기를 잡는다. 이 과정이 단순한 되풀이가 아니라, 더 넓게 뻗어나가며 성숙해지는 여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갈무리한 뒤, 그 여운을 일상에 녹여내며 다음 책을 펼치는 과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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