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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뚝 Feb 21. 2021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별이다

그리고 당신도

나하나도 챙기기 버거운데 거기다 아기까지 챙길 수 있을까?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던 내가 어느새 2년 차 엄마가 되어있었다. 그것도 돌 끝 맘.

이 세상의 동물 중 유일하게 돌봄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종이 인간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돌봐주지 않고는 못 배길 ‘귀여움'이라는 것으로 무장하고 태어난다고 했던가. 

나 역시 그 ‘귀여움’에 더불어 전대미문의 ‘사랑스러움’에 포로가 되어 하루하루 어제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만히 아이를 보고 있다 보면, 아직도 모든 것이 새롭고 서툴기만 한 초보 엄마지만 내 전부를 내어줄 만큼 소중한 존재가 생겼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 눈물이 날 만큼 벅차오르기도 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오롯이 나와 남편의 의지로 이 세상에 발을 디디게 된 작은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으로 급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책임감이 하나의 인격체를 보살 피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가 하면 감당할 수 없이 나를 짓누르는 압박감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아직 나조차도 한 인간으로서 미숙한 점 투성이라 나도 여전히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인데 , 나만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두 눈에 행여라도 잘못된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닐까 조바심에 가끔은 ‘엄마’라는 역할을 감히 내가 해낼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 번씩 왔다 간다. 

 


아, 누군가 그랬다.

엄마가 된다는 건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전에 없던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쉴 새 없이 파고드나 보다. 

 

1시간씩 깨는 아이를 돌보느라 쪽잠을 자면서도 젖을 물렸던 내 모습이,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내 모습이 

오물오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에 미소 지는 내 모습이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혹시라도 넘어질까 쉴 새 없이 눈을 움직이는 내 모습이 

영 낯설다가도 문득 나도 이런 시간을 거치며 자랐을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한편이 뭉클해졌다.


막상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보니,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모든 순간들이  하나 같이  다 소중하고 귀했다.  그리고 이렇게 매 순간 나의 시간을 나의 에너지를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가 바로 자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나 역시도 그런 정성의 시간이 쌓이고 모여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갑자기 좀 먹먹해졌다. 


그리고 싱겁게도, 그렇기 때문에 나도 아이도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행복한 순간들 사이사이에도 못내 마음이 어두워지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기쁘기만 해도 모자랄 시간에, 나는 왜 자꾸만 '나'와 '아이'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인지 의아할 때도 있었다. 


나의 우주에 세상에 하나뿐인 별을 얻게 되었지만, 그 별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 나라는 존재가 자꾸만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 이따금씩 서글퍼질 때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별을 얻었는데, 내 몸 하나쯤 덜 챙기는 게 무슨 큰일인가 싶다가도 마치 내 인생은 이제 2순위고 모든 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가도 아이가 먼저인 일에 씁쓸해하는 나 자신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가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을 맛봤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발견(?)이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사실은 누군가의 우주에서 빛나고 있는 별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모든 순간이 더 소중해졌다. 

평생 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를 지켜주고 싶은 나의 마음도, 그리고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지켜주고 싶은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울 엄마가 데워준 보약을 먹고 기운을 내보련다.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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