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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오 Apr 24. 2023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사랑한다  말하기는 어려웠다

어느 봄과 여름 사이, 대구에서

 당신을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바람에 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제는 당신을 잊어야지 하는 마음 때문에 당신을 잊지 못합니다. 당신을 적지 말아야지 하고 적는 바람에 저는 또 당신을 적습니다.


 학회가 있어 오랜만에 대구에 왔습니다. 저는 대구를 참 좋아합니다.  바다가 있는 부산과 분지인 대구. 똑같은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다른 사투리. 같은 경상도기에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점이 많습니다. 친한 친구들 중에 대구 출신이 많은 것도 제가 대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제게 대구가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 한다면 그건 단연코 '뭉티기'입니다. 생고기, 육사시미 등으로 불리기도 하고 다른 도시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지만 대구의 뭉티기는 개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학회를 듣다 선배와 슬그머니 도망쳐 뭉티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웨이팅이 길다 하여 일부러 일찍 갔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벌써부터 웨이팅이 상당합니다. 50분여를 기다려 가게에 입장해 뭉티기를 먹는데 역시 맛이 최고입니다.


 우리 꼭 같이 대구에 가서 뭉티기를 먹자고 당신에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친구와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술을 한 잔, 두 잔, 털어 넣으며 당신도 털어내려 했습니다만, 아무리 털어내도 술잔 가장 밑바닥에 들러붙은 약속은 잘 털어지지가 않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많은 것을 약속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고  제 마음속에서만 공허하게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저는 참 거짓말쟁이이겠습니다. 그렇게 거짓말만 일삼는 저기에 이 글도, 이 마음도 다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에 저는 여즉 당신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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