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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리 Sep 17. 2024

파크골프 수기공모 우수상

My favorite sport is Park Golf!

  아무리 무더운 날씨라도 추석 즈음 선선한 바람이 불었던 예년과 달리 35도를 웃도는 폭염의 연속이다. 파크골프를 치는 동안 땀에 흠뻑 젖는 옷, 이른 아침인데도 뜨거운 햇살로 마스크와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내가 애용하는 오가낭 파크골프장은 2개월 전보다 더욱 붐벼졌다. 


 [ 가족같이 느껴지는 골퍼들]

  6월 말부터 8월까지 영국 YORK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새벽 치던 파크골프가 가장 그리웠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해서 한창 재미를 느끼던 상황이었으니. 입국 후 이틀째부터 필드에 나갔다. 골퍼들이 여기저기서 환영 인사를 해주니 피곤한 줄도 몰랐다. 한두 사람만 알았던 2개월 간 필드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대다수 골퍼들이 눈치챈 것 같다. 새벽마다 만나는 골퍼들 중 누구라도 며칠간 눈에 띄지 않으면 궁금해하고, 만날 때 안부를 묻는다. 1년도 안되었지만 골퍼들이 어느덧 가족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 마음에 쏙 드는 골프화 ]

 특히 입국하자 나를 반겨준 것은 골프화, 공, 모자, 상패였다. 영국 가기 전 "한국파크골프" 밴드에 파크골프 수기 응모 글을 남긴 후 잊고 지냈다. 우연히 시상식에 관련한 모든 것을 "한국파크골프" 밴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상자들이 시상식에 참여하여 인터뷰하는 장면, 상패 사진까지도 밴드에 탑재되었다. 상패 사진 때문에 내가 수상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실시하는 수기공모전에 80명 이상이 응모했다고 한다. 응모방식이 간단해서 누구라도 해볼 만했다. 어떤 서식이나 기준 없이 자유롭게 밴드에 직접 글을 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감사하게도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수상자들에 상품을 택배로 보내주겠다는 공지까지 밴드에 탑재되었다. 영국체류 동안 상패와 운동화, 볼, 모자까지 받은 남편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그때는 딸과 함께 기뻐했다. 귀국하여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상품들을 직접 마주하니 하루빨리 필드에 가고 싶어졌다. 


 


     다시 읽어보면 부족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지만, 수기공모전에 보냈던 글을 옮겨본다. 

                      

 제목 <즐거움을 주는 파크골퍼- Joy Giver>    

  

1. 파크골프를 하는 목적     

  파크골프를 하는 목적은 누구나처럼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닮고 싶은 파크골퍼’(매너와 실력을 갖춘, 쾌활함으로 주변인과 함께 즐거워하며 함께 하고 싶은)의 모습을 그려본다.

    

2. 수기 응모 이유     

  60대 초반인 나는 문지방을 넘을 기력이 있을 때까지 파크골프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래서 함께 하는 파크골퍼들이 내 자녀나 형제자매 못지않게 중요하다. 가족들도 사랑과 배려의 맘이 있을 때 기쁨과 평안함을 유지할 수 있듯이 파크골퍼들과도 그럴 것 같다. 수기응모 이유는 7개월 가까이 파크골퍼로서 자신을 돌아보며 개선점을 찾아 성장의 기회를 삼고 싶어서이다. 

          

3. 시니어를 위한 최고의 스포츠     

  세종시 아름동 산 둘레길을 산책하다 우연히 알게 되어 파크골프를 시작한 지 7개월째, 아직은 파크골린이다. 파크골프는 5가지(건강, 시간, 에너지, 경제, 재미) 조건에 딱 부합되는 운동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힘이 닿을 만큼 9홀, 18홀, 36홀을 돌다 보면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즐거움도 한껏 누릴 수 있는 시니어를 위한 최고의 스포츠이다. 매일 만나는 어르신 중에는 매일 한 바퀴(9홀)만 돌고 가시는 분도 있다. 

        

4. 만반의 준비? 첫 라운딩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불성설이었다. 파크골프 재미에 흠뻑 빠져있는 선배와 긴 통화, 파크골프 표준교재(대한파크골프협회)를 구매해서 정독했으며 파크골프 관련 유튜브 영상도 보았다. 하루빨리 골프채를 구입해서 필드에 나가고 싶었다. 그날이 토요일인데 월요일까지 기다리는 것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이 한솔동에 위치한 피닉스 채를 전문으로 하는 골프숍이었다. 그곳에서 G7을 손에 넣게 되었고 도보로 17분 거리인 오가낭 파크골프장으로 향했다. 골프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무척 기대되었다. 첫 번째 티박스에서 채를 휘둘렀지만 헛손질을 했다. 민망함을 느끼는 순간, 뒤에서 남성의 굵지만 한마디(빨리 치세요, 뒤에서 기다리잖아요!)가 들렸다. 나는 다시 스윙을 할 용기가 사라져서 ‘아, 먼저 하세요! ’라고 말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다음 팀원들과 함께 할 때는 다행스럽게 헛스윙은 하지 않았다. 일반 골프랑 비슷하면서 파크골프만의 특성이 있음을 깨우치는 첫 라운딩이었다. 엊그제 함께 한 헛스윙을 했던 초보골퍼에게 친절한 안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나의 첫 번째 라운딩 경험 덕분인 듯하다.       


5. 안전과민증 파크골퍼     

  다른 파크골프장도 비슷하다고 들었지만 그동안 유일하게 애용해 온 오가낭 파크골프장의 각 홀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골퍼가 친 볼이 다른 홀로 넘어가는 경우도 빈번한 편이다. 이런 경우, 자신의 볼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깜짝 놀랄 상황을 몇 번 경험했다. 특히 마주 보고 있는 홀에서 날아오는 볼은 가슴을 서늘케 한다. 조심한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겪을 수 있는 위험한 경우이다. 다음은 규칙을 잘 지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경우이다. 앞 팀 골퍼들이 다음 홀로 완전히 이동하지 않았는데 볼을 치는 상황이다. 특히 구력과 자신감을 갖춘 골퍼들이 홀의 특성상 안전하게 잘 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규칙을 어기는 경우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들거나, 큰 소리 또는 몸짓을 했을 때 미안함보다는 상대를 안전과민증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며칠 전 겪은 일이다. 구력과 실력을 갖춘 팀원인데 눈 깜짝할 사이(알았다면 막았을 것이다) 앞 팀이 라운딩 중인데 볼을 쳤다. 골프 이력이 있는 신규 파크골퍼는 큰 소리로 항의했다. 나의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또한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도 상상이 되었다. 아직은 파크 골프장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들은 적은 없지만 안전 불감증보다는 차라리 나는 안전과민증을 택하겠다.      

     

6. 희망 1, 여유로운 파크골퍼     

  파크골프장에 나오는 대다수 사람들은 직장에서도 퇴직하여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다. 그런데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의 마음은 조급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골다공증 약을 복용 중이기도 해서 아침나절 따스한 햇빛을 안고 운동하고 싶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해서인지 홀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볼 조절이 잘 안 되는 초보골퍼 인 나는 덜 붐비는 새벽시간대로 바꾼 지 몇 개월째이다. 낮 시간대와 비교하면 느리게 움직이는 골퍼들이 좀 더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초보 골퍼를 가르치느라, 다리 거동이 불편해서, 팀원 간 채팅에 열중해서 등. 이런 상황에서도 낮 시간에 비하면 절반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롭지 못한 것은 낮 동안의 파크골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볼치는 속도가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기다리는 동안 내내 불편한 심기를 말 또는 표정으로 드러낸다.  나 또한 모든 상황을 느긋하게 받아들이며 여유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 이런 분위기 파악이 되고 나니 볼을 칠 때나 이동 시 빨리빨리 하는 편이다. 골프장에서의 이런 상황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정신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볼 치는데도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해서 볼치는 동안 여유 갖기 훈련을 하자고 맘먹었다. 일단 홀 순서를 거르지 않고 앞 팀이 느리면 느린 대로 적응하면서, 불평하지 않고 4바퀴 36홀을 돌았다. 하루아침에 태도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어도 의식적으로 노력하니 상당한 변화를 느꼈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해볼 작정이다. 그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나 자신뿐 아니라 함께하는 팀원들도 느껴질 것으로 믿는다.           


7. 희망 2, 불쾌 부재 파크골퍼     

  볼을 치는 동안 내내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불쾌한 기분을 멀리하는 것이 두 번째 희망이다. 새벽 시간에 기분 좋게 집을 나와 사람소리와 차 소리도 없는 인도를 7분 정도 걸으면 산책로에 접어든다. 새들의 합창소리를 들으며 10분 정도 걷다 보면 양팔 벌려 골프장이 나를 환영한다. 상쾌한 기분이 볼을 치는 동안에도 계속 유지되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 지인들과 짝을 맞추어 함께 하는 골프와 달리 파크골프는 누군가와 팀원이 된다. 맘에 맞는 사람들이 시간을 약속해 늘 함께 운동을 하는 몇몇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골프장에 도착하는 순서로 팀을 이루어 운동한다. 그동안 만났던 골퍼들의 유형(무례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는 골퍼, 라운딩 내내 남의 말을 하는, 다른 골퍼 볼을 맘대로 건드리는, 운동보다 채팅에 더 열중하는, 묻지도 않는데 가르치기를 즐겨하는 골퍼 등)은 다양하다. 아마 나도 무의식 중에 팀원들에게 불쾌감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쾌활하고 친절하며 골프 실력도 갖춘 골퍼를 만나 함께 하는 것이 누구나의 바람 일 것이다. 내가 그런 부류에 속할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도 불쾌해지지 않는 것이라 여긴다. 불가능한 꿈일까? 많은 위대한 일도 꿈, 망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불쾌부재의 기분을 유지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일체유심조, 세상은 맘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도중에 포기만 하지 않으면 두 번째 희망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기쁨을 주는 파크골퍼(Joy Giver)가 되리라 믿는다.      


  쇼펜하우어의 소품집에 나오는 다음 글귀를 맘에 새기며...‘제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지난 일로 치부하자. 제아무리 괴로워도 언짢은 마음을 진정시키자. 현재만이 참되고 실재적이다. 그래서 인간은 현실을 항상 쾌활하게 받아들여 존중해야 한다. 직접적인 불쾌감이나 고통 없이 견딜만한 자유로운 시간에는 매 순간을 의식적으로 즐겨야 한다. 현재에 대해서는 하루하루를 각각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세네카의 말처럼 현재의 시간을 오롯이 되도록 편안하게 보내도록 하자. 오늘은 한 번 뿐이고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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