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정신적 지주

동료애와 연민 그 어딘가쯤

by 오떡순


남편은 언제나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다.

힘들어할 때면 나는 공감해 주는 것 말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어려웠다.


힘을 주고 싶었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고 싶었다.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하게 되고

그 동료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여러 가지 일에 흥미를 가졌고

의학교육학/의료윤리/인문학이 전공인 동료 교수를 통해 인문학에 더 관심을 가졌고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지난 글에 적었던 술을 마시고 온날

남편은 술김인진 몰라도 진심을 이야기했다.


그 동료가 이직을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라 본인은 심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했다.


23년 1년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점심을 먹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지 몰랐다.


그 동료가 원래 성격이 주변에 다 친하게 지내려고 해서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 동료 교수들과 연구하고 논문 쓰며 본인보다 몇 배는 더 친한 사이들이라고 했다.


남편은 예전부터 저런 스타일의 사람은 본인과 맞지 않다고 해서 친하다는 생각을 못한 건 내 고정관념이었을 뿐이었다.



남편은 그 동료도 이리저리 아픔이 많은 사람이며

학교에서도 여기저기 많이 치여서 힘들다며, 친한 건 아니지만 서로 의지를 많이 하고 있는 사이라고 했다.


요즘 그만둔다는 말을 하지 않고 학교일에 흥미도 붙이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면 내가 동료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웃으며 말했다.



일화로


하루는 화장품(비비크림/에센스)을 집으로 가져왔길래

누구한테 받았냐고 물으니 그 교수가 줬다고 한다.


갑자기.??라고 물으니

술을 그렇게 마셔도 그녀의 피부가 좋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본인이 쓰는 거라며 써보라고 주더란다.


남편의 화장품은 내가 전부 사준다.

좋은 화장품을 사서 줘도 본인에게 맞지 않는진 몰라도

선크림이나 크림류를 잘 바르지 않았는데,


받아온 화장품. 그것도 톤업인 선크림을

(평소에 선크림을 얼굴에 발라주면 바들바들 떨며 바르기 싫다던 그인데)

아침마다 바르는 모습에 솔직히 화가 나고 서운하고 오만가지 감정이 뒤섞였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너무 초라했다.


남편은 서로 생일도 챙기고 그녀의 주말 행적, 여행, 취미, 집안 사정 등 많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내가 친한 교수라는 표현을 하면 정색을 했고 매번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했다.


남편은 나에게만 친절한 사람이라는 너무 큰 착각 속에 몇 년을 살았다.


모임이 따로 없던 그는 그녀 포함 남자 3명(유부남)과 모임을 했다. 거기 있는 남자 2명은 그녀가 오기 전부터 있던 또래 교수들이다. 비슷한 나이가 많지 않았기에 나는 그 둘과 조금 친하게 지내보길 권했지만, 남편은 싫다고 했고 회식 때 그 둘은 2차를 가도 본인은 거길 가기 싫다고 1차만 하고 집으로 왔다.


물론 가지 않은 그만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또 남자 셋이서 일부러 시간을 잡는 것보다 여 동료가 분위기를 띄우고 모임을 만들고 으쌰으쌰 하자고 해서 그 모임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남편이 나날이 새로웠다.


그녀는 술자리에서 여러 게임을 주도할 만큼 재미있고 여러 연구를 제안한 뒤 바로 추친해 버리는 추진력도 좋은 사람이라 했다. 남편은 그녀가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는데, 그녀는 매 번 술자리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취해 길에 앉아 있거나 업이 되어서 헤롱 거린다고 했다.


동료이지 여자로 보지 말라고 했던 남편은 그럴 땐 여자니 위험하지 않냐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며 어찌 혼자 두고 오냐고 했다. 술에 만취한 그녀를 하필 집이 제일 먼 남편이 집으로 몇 번을 데려다준 사실도 남편의 통화를 우연히 듣고 알게 되었다.


내가 유교녀인지 다른 와이프들은 다 이해를 할지 몰라도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후에도 남편은 그녀가 도와달라는 일은 거의 다 해주었다.(그녀의 대학원 강의도 남편과 반반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친분이 두터운 그녀는 과대가 상담 요청을 했고 남자인 과대와 둘이서 밥을 먹기 그러니 같이 먹어달라거나, 대학원 수업을 도와줘서 고마우니 마치고 같이 밥을 먹자거나, 점심때 하기로 했던 회의를 본인 사정으로 취소. 남편 일이 끝나는 시간으로 변경 후 같이 밥을 먹자거나 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졌다.


한 번은 또 남학생 상담으로 밥을 같이 먹자는데 먹고 와도 되냐길래 가지 말라고 한 적이 딱 한번 있었다.


남편은 집에 와서 다른 교수들은 와이프한테 말도 안 하는 것 같고 허락도 받지 않는 것 같고 밥이고 술이고 다 마시는데 본인은 왜 내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더 친한 교수들은 서로 와이프들까지 다 알고 술을 마시다 취하면 그들의 집에서 잠을 자고 가기도 하는데 그들은 다 이상한 사이냐고 나한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괜히 다 한 것 같다며 화를 냈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하는지 말문이 막혔다.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은데 이런 내 감정이 이상한 건지 숨겨야 하는지 참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웠다.


남편은 그 교수가 다른 교수와 ㅇㅇ모임을 하는데 본인도 하고 싶다고 해도 되는지를 물었고 남편이 쉬는 날 저녁 5시 30분부터 학교에서 한다는 것이다.


평소 쉬는 날에는 직장 근처도 안 가는 사람이 쉬는 날 그것도 그 시간에….? 모임 멤버가 누군지 물어보니 그녀는 멤버인걸 알고 다른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본인은 하고 싶은데 내가 괜찮은지 물어보았고 나는 괜찮지 않으니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나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못한 사람이 되었고 날 원망했다.




남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퇴근 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는 남편에게 화가 났고 나도 모르게 떳떳하면 동료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여달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카톡을 보면 내가 기분이 나쁠 것이라며

거절했다.



내가 기분 나쁠걸 알면서도 했을 남편에게 더 화가 났고 당당하면 보여주던지 보여주지 않으면 이혼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은 카톡을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내 마음에 지옥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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