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책이 학교 법학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책에 관한 필요를 느끼게 되면, 되도록 즉시 그 필요를 느낀 그 순간에 안을 들춰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아마 누구나 다 그럴 인지상정의 욕망이다.
이 추위에 옷을 여미고 나섰는데... 법전원 건물에 붙어 있는 공고문이 23일까지 대출 불가라 한다. 하하하. RFID 작업 때문이라는데...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아니고서야, 어찌 대학의 도서관이 이리 오래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말인가 싶어졌다. 순간... "아... 법학 도서관이지?" 싶은 생각이 든다. 명색이 법전원이고, 대학원 학생들인데 이들에게는 도서관이 필요치 않은 것인가?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른 상식을 가지고 사니까. 내 상식에는 안 맞구나.
내 평생 경험해 온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전후 질서가 어느 한 군데 무너지지 않는 곳이 없다. 미국이 저러는 것은 급작스러워 보이는 침몰이고, 세상은 야금야금 조금씩 짧지 않은 기간에 걸쳐 조금씩 무너지고 있을지도.
새로운 질서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질서는 없네. 지옥 같은 세상도 세상은 세상일 것이니. 인간 도덕이 땅에 무너지고 가치가 서지 않던 시대를 묘사한 영화 천녀유혼이 생각난다. 귀신의 세상이라도 내게 가깝기를 바라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