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대학.
어떤 기관이라도 지속가능한 자립성을 갖추지 못하거나, 정체성이 흔들리면 문 닫을 수 있다. 대학이 예외일 수는 없는 일. 비슷하게 병원도 그렇고, 지자체도 그렇고, 국가 정부도 그렇다.
일부 대학은 생존하고, 일부 대학은 사멸하고. 이들 대학의 생태계는 고등교육기관만으로 한정해서 정의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대학의 기능에 관해 재분석해야 할지도.
현재 대학은 어떤 면에서는 서로 상충하는 기능을 포괄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걸 제대로 분류해서 갈라 놓고 보는 해석이 필요하다. 거시적 관점에서 사회적 기능으로 대학을 재정의할 수만 있다면, 그 후 대학이 그대로의 정체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변모할지, 그도 아니면 다른 기관에 의해 대체될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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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유에 관해 도전을 받지 않는 사회적 기관은 없다.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학이 도전받고 흔들리는 이유는 대학 이전의 교육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이미 카드로 만든 집처럼 위태하게 겨우 유지되고 있다. 늘 그래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은 정말 겨우 버티고 있는 국면이다.
그 연장선으로 대학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대학은 도대체 왜 존재하고 있는지, 대학을 의심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도전의 이유는 무엇인지. 수험생 입장에서 대학은 과연 그들에게 왜 필요한지. 사실 이런 질문과 대답에 관한 외면이 만연하지 않나?
왠지 그냥 그렇게 쉽게 없어질 것 같지만은 않고, 아무리 많은 대학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한둘은 분명히 남아 있을 것 같고, 그리고 그 남는 대학은 대학 그 이상의 뭔가를 학생에게 줄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판단 과정에서 교육이 얼마나 고려될까? 그리고 연구는 또 얼마나 그럴까? 제삿밥과 떡고물이 대학이 받는 도전을 외면하는 이유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닐까?
고등교육은 빼놓고, 조직의 관점에서 과연 대학은 얼마나 자족, 자립에 관한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시스템으로도 그렇고, 역량 측면에서도 그렇고. 모든 대학이 공유하는 시스템 면모에서 대학이 급변하는 세상 환경에 얼마나 적응력을 갖추고 있을까? 그런 환경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역량이란 게 있기는 할까? 조직의 관점에서 볼 때, 버티는 게 용한 것이 대학 조직이다.
위기와 도전은 항존한다. 그걸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 위기 뒤에 숨은 기회는 무엇인지, 도전 뒤에 숨은 힌트는 무엇인지... 일단은 역량 문제다. 그리고 시스템 문제다. 안으로부터 해결할 자 누군가? 밖으로부터의 도전을 이겨낼 자는 누군가? 누가 나서서 도끼를 달라고 외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