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만연체

오래 울지 않는 우울에게 오늘도 네가 만연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by 으냐니


몇 년 전, 그러니까

내가 막 우울을 앓기 시작했던 그 때에는
우울이 세상 큰 병인 마냥,

당장 내일 우울로 인해 죽을 것 마냥
우울이 벼슬이었고, 허세였고, 훈장이었다.

지금은
우울이 만성이 되어
어딘가 고장난 사람처럼.

집 가는 택시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가
다시 해가 뜨면 버스 안에서 울음을 꾸역꾸역 삼킨다.


지금 막 패배를 처음 겪은 아이처럼
세상 모든 것이 서럽다가도
우울만은 만성이 되어서


오래 울지 않는 우울에게
오늘도 네가 만연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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