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이 포크스" 미리 읽기 02

by 류지훈

가이 포크스는 수장될 뻔한 예언자 오턴을 부축하며 타인의 눈을 피해 다녔다. 오턴의 기력은 급속도로 쇠약해졌다. 자신의 거처에서 숨을 거두고 싶어한 탓에 포크스는 언덕 기슭을 지나 동굴어귀에 이르렀다. 잔가지 덤불로 위장한 터라 눈에 띄진 않는 곳이었을 것이다.


굴 안으로 조금씩 기어들어갔다. 높이는 2미터 정도. 꽤 깊은 곳이다. 천장에는 고대 북유럽식 문자와 섬뜩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반쯤은 바래졌고 고딕문양이 장식된 벽에는 I. H. S가 각인되어 있었다.


오턴은 잠시 기도를 드린 후 가슴 위로 쥐고 싶다며 십자가를 달라고 간청했다. 이때 그녀는 가이 포크스에게 마지막 예언을 들려준다.


그가 판관 앞세 섰소! 판관이 그를 심문하고 판결을 내리고 있구려. 지하 감옥에 있는데 고문하는 자들이 오고 있소! 고문대에 눕자 한 번, 두 번, 세 번, 손잡이를 돌리니 관절이 부러지고 힘줄이 갈라지는구려! 오 맙소사! 결국에는 자백하고 마는구려! 형장으로 끌려가 사형대에 오르는 그가 보이오!


가이 포크스는 예언에 민감한 인물이다. 미신을 그냥 흘려듣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자초지종을 캐묻는다.


누가 보인다는 거요?
얼굴은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체격은 당신과 비슷하구려. 집행인이 이름을 부르고 있소. 이름이 무엇이오?
가이 포크스라 하오.
내가 들은 그 이름이오.


가이 포크스는 마지막 기운이 떠났다고 확신할 때까지 그녀를 응시하고는 몸을 돌이켜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2.jpg 오턴의 주검 옆에서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 IHS는 예수를 뜻하는 모노그램으로, 예수의 그리스어 표기(Ίησους; 그리스어 대문자로는 ΙΗΣΟΥΣ 또는 ΙΗϹΟΥϹ; 로마자로는 IHSOVS 로 표기)에서 첫 세 글자를 따서 만든 모노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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