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맛이 다를까?

마음의 맛

by olive

'꼴꼴꼴꼴~'

와인 따르는 소리가 경쾌합니다.


와인을 한잔 마시려고 잔을 드니

귀를 즐겁게 했던 소리만큼 마음이 설레질 않습니다.

후줄근 힘 없는 종이컵에 담겨진 것은 분명 악마의 눈물이라는 와인인데..

마늘이나 십자가 앞에 있는 악마마냥 마력이 없어보입니다.


같은 시각

친구는 투명한 유리잔에 따른 와인 사진을 보내줍니다..

같은 와인 다른 느낌..

뭐라 말할 것도 없이 딱 비교되어 와인 맛이 더 떨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와인에 대해 일자무식인 저는 그저 혈압이 낮다는 이유로

잠들기 전 한잔 씩 하곤 했는데

그것도 수년의 내공이 쌓인 탓인지 맛 정도는 구별합니다.

물론 와인에 대해 알지도, 알려고도, 공부를 한적도 없기에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지만

내 입에 맞는 것이 최고다 하는 그런 마음으로...


근데...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와인이 담겨진 곳이 확연히 다르니

기분도 달라지고 결국에는 맛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오감으로 먹는 음식...느끼는 맛...정말 일까요?

맑고 투명한 잔에 담긴 와인은 눈으로 마시는 설렘같다


유리잔이 주는 청명함, 유리잔에 담겨진 자주빛 색의 유혹을 알고나니

그저 입속을 유린했던 와인의 맛은 오간데 없고 종이컵에만 시선이 꽂힌 마음이

그저 우습기만 합니다.


초심을 기억하라는 말...

참 어려운 말이지요? 기억은 하지만 그렇게 할 수없는.

난 이미 많은 것을 알아버렸고 여유가 생겨버렸으니, 너무 어려운 주문입니다.


뭐든 그렇겠지만,

이 마음이란 녀석이 참 쉽지는 않네요.


처음 와인을 마셨을때는 그저 좋았었는데,

종이컵이면, 머그잔이면, 하다못해 소주잔이라도.

그저 '이건 와인이잖아' 싶었었는데..


오늘 밤은 이 줏대없는 마음이 느끼는 삶의 다양한 맛보다,

마음 이 녀석을 손끝에 콕 찍어서 맛보고 싶습니다.

대체 어떤 무지개빛 맛이 날지 궁금한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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