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현지에서 살며 느끼며

by 워크코드랩

손톱이 이만큼 자랐네? 싶은 저에게는 긴 여행이에요.


아이와 함께 두 번째 해외여행이에요. 이번에는 욕심을 부려 12박이라는 기간으로 떠나왔어요. 여기는 방콕 현지입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날이 4일 남았어요. 태풍도 만나고 여행 일정이 틀어지기도 했네요.

여행을 오고 8일 정도가 지나니 손톱이 많이 자랐어요. 손톱 정리를 하며 ‘아 이번 여행이 길긴 하는구나.’ 싶습니다. 아이도 남편도 한 번씩 손톱을 정돈했네요.


관광이 아닌 여행, 현지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린 순간부터 제 여행은 지루해졌어요. 새로운 곳을 방문해 오감을 자극받기보다는, 익숙한 곳에 가서 더 익숙해지고 싶었죠. 새로운 곳을 공부할 열정이 없는 걸까요. 그저 여행을, 현지에서 흘러가는 시간 정도로, 가볍게 느끼고 싶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도전의식이 없다고 생각할만하네요.


이 도시에는 8번을 방문했고, 그중 한 번은 반년 정도 살아보기도 했습니다. 결혼 이후로 이번이 가장 오랜 기간 집을 떠나 있는 여행이에요. 다행히 아이도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템포에 잘 적응해 주는 것 같고 남편도 지루하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가는 전시회가 있는지 찾아보고 다녀오고요, 뭘 먹을까 생각하며 근처 걷다가 구글 맵을 켜 주변 음식점 평을 보고 들어가 사 먹기도 합니다.


호텔 예약은 도착한 날을 포함해 3일만 해두었어서, 지하철 타고 이동하며 내일은 저 동네에서 자볼까 생각합니다. 아이가 있어 짐이 많아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어렵지만, 숙소가 어떨지 모르고 우리가 어떤 시간을 보낼지 몰라 미리 예약하지 않아요. 과거에 저는 방콕에 온다고 하면 호텔을 3군데 정도로 쪼개서 미리 예약하고 왔는데 많이 바뀌었어요.


현지인들이 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지경이 된 걸 보면 이제 슬슬 집에 갈 때가 되었나 싶습니다. 매일 걸어 다니고 수영하고 현지식 밥만 먹으니 제 모습도 이들과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관광여행지로 유명한 나라, 물가가 저렴하고 사람들이 순해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나라.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이곳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들며 나라 자체가 거대한 플랫폼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화려한 몰에 더 좋은 서비스를 입혀나가고, 이곳만의 느낌을 담은 이색적인 풍경의 카페가 곳곳에 생겨납니다. 거주하기 좋은 레지던스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어요. 수많은 여행객이 한 번만 올 곳이 아니라 여러 번 와도 다른 매력을 느끼도록,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는 것 같아요. 기회가 많은 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가 쨍한 날은 이리로 오라며 손짓하며 자기가 서있던 그늘 자리를 내어주는 곳. 방콕에서 오늘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