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우리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한 걸까요? 처음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하던 경험을 기억하세요? ‘이게 정말 물건이 오는 게 맞는 건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지?’하는 고민은 이제 하지 않아요. 너무 잔뜩 퍼져있는 상품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거보다 조금 더 뾰족하면 좋겠는데, 그런 상품 없나?’하는 고민을 더 많이 하는 세상이죠.
그래서 물건을 노출하는 쪽에서 ‘우리’를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판매자 입장에서 더 좋은 노출 방법, 상품을 고민해서 내세웠죠. MD라는 역할이 주요해지면서 그들이 판매가 잘 될 아이템을 셀렉했습니다. 상품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는 벤더에서의 MD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선정하고 주문을 넣었죠. 그리고 그 물건들이 온라인커머스 시장에 막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그 온라인커머스 시장에서는 어땠을까요? 그곳에도 MD라는 직무가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업무는 유통의 흐름이 당연하듯 물건이 잘 팔리도록 배치를 했죠. 기획전이라는 콘셉트로 상품을 그룹으로 묶어 노출하고, 프로모션을 강화시켜서 사람들이 구매하도록 만들었죠. 온라인커머스에 속한 여러 플랫폼, 즉 사이트에서는 그들 자체적으로 쿠폰을 붙이고 ‘이곳이 더 저렴하잖아, 여기로 들어와’하는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유통은 판매를 먼저 이뤄내고 그 이후에 상품 대금을 업체, 벤더사에 지급합니다. 프로모션 비용을 선투입하고 고객이 결제하면 그 판매금 중 수수료를 떼고 업체에게 정산하죠. 그리고 남은 금액이 플랫폼의 수익으로 남죠. 그들은 그 남은 수익 중 일부를 다시 프로모션 비용으로 선투입하며 순환구조를 이룹니다.
여기에서 가격경쟁이 더 심화됩니다. 플랫폼마다 쿠폰을 붙이는 율을 스스로 경쟁하며 높이고, 고객에게 최대한 많이 노출시켜 결제금액을 최대화시킵니다. 이렇게 규모의 경쟁이 시작되고 오픈마켓, 홈쇼핑사, 소셜커머스는 흐름을 타며 어느 기간에는 오픈마켓이, 어느 기간에는 홈쇼핑사가 매출 볼륨이 커지고 줄어듭니다.
온라인커머스의 매출규모가 커질 것이라 봤지만 어느 순간 전년비 신장폭이 둔화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온라인커머스를 찾지 않게 된 걸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은 상품이 무작위로 노출되고 있는데 지쳤어요. 그래서 상품 자체를 감각적으로 필터링하는 (커스터마이징이 아닌) 경우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고객 취향을 반영한 상품 추천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고객의 분포도가 너무 넓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무신사, 퀸잇을 보면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타겟층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타깃이 뚜렷하고 심지어 그 타깃이 그들의 진짜 고객과 일치한다고 보입니다. 이게 얼마나 다행인 일이냐면, 내가 어떤 상품을 만들면서 ‘이건 27살, 지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27살 정도의 사람이 그 물건을 사는 거예요.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입니다.
그러던 중 불행한 일이지만, 온라인커머스에는 다행인 일이 일어났어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의 발생으로 온라인커머스는 갑작스럽게 시장규모가 다시 급성장합니다. 네이버, 카카오 주가도 미친 듯이 치솟고 IT 개발자의 몸값도 치솟았어요. 이때 가장 덕을 본 카테고리는 바로 푸드예요. 대기업에서 나오는 HMR 상품에 대한 매력은 저물고 있었는데 집 밖에 나가기 두려운 사람들이 가장 먼저 검색해서 구매한 건 ‘음식’, 그리고 면역에 관련된 건강식품이었어요. 계속해서 판매되는 상품으로 인해 택배 물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합니다. 갑작스럽게 불어나는 물동량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죠. 상품을 생산해 내는 쪽에서도 물동량을 쳐내기 어려웠지만, 각 집에 배달해야 하는 택배기사님 한 명이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택배 관련해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어요.
그럼 코로나가 조금씩 잠잠해지면서는 어땠을까요? 온라인커머스 시장은 사실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이 불씨가 꺼질 거라고 알고 있었어요. 고객들의 구매 아이템이 패션으로 돌아서며 엔데믹이 오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마스크를 벗는 시간이 늘어나며 미용기기에 관심을 가졌고, 그동안 미뤄둔 외출 약속을 잡으며 새로운 옷, 신발, 명품의 구매도 늘어났습니다.
재미있는 일은 그럼 택배 물량도 줄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고객들은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것처럼 보이는 사이트에서 물건 구매하는 것을 더 선호했어요.
처음에 이야기했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서, 온라인커머스가 처음 시작되며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를 먼저 검증해 나갔습니다. 집에 벽돌 혹은 빈 상자가 오면 안 되니까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은 빠른 환불을 받을 수 있어야 하죠. 그 검증을 통해 고객이 선택한 사이트에 한해 거래액이 커지며 규모의 경제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사이트는 조용히 사라졌어요. 오픈마켓, 홈쇼핑사, 소셜커머스의 3개 축으로 이야기되던 이커머스는 이제 네이버, 카카오를 빼놓을 수 없어요. 그리고 무신사, 마켓컬리, 에이블리, 오늘의 집과 같은 전문몰이 있습니다.
전문몰은 규모의 경제에서는 뒤처질 수 있으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상품 진열에 스토리가 기반되어 있어 구매하는데 설득당하기 쉬워요. 그들의 상품 진열 방식을 더 살펴봐야 합니다. 오늘의 집은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사이트가 아니었으니까요. 사람들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만들어낸 ‘결국 커머스’라는 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커머스사이트에는 방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주문 고객이 누구인지 알고,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죠.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이다 보니 이들을 한 번에 대하는 건 의미가 없어 고객을 그룹화하고 거기에 맞는 메시지를 보내려 시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