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의 태산

어마어마하게 바빴던 11월이 남긴 것은

책상 위의 태산이었다.


워낙 여러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보니

수강석을 제외하더라도 내가 쓰는 책상이 여러 개임에도

정리와는 거리가 먼 나의 성향과 바쁜 일정은

정말 최고(혹은 최악)의 시너지를 발생시켰다.


매번 다른 재료들이 필요한 외부 수업 준비는 만만치 않다.

소모품은 소분하고, 대여품은 보충한다.

수업시간에 사용한 붓은 걷어와서 잘 세척해서 말려야 한다.

특히나 먹을 사용한 붓은 마르기 전에 잘 세척해두지 않으면

사용할 때 컨디션이 매우 안좋기도 하고 붓의 수명도 훅 줄어들기 때문에

정리는 못해도 이것만은 아주 잘 관리하는 편이다.

10월 11월의 외부 단체 수업은 40명 대상이었기 때문에

먹붓, 채색붓, 빽붓을 합치면 100개에 가까운 붓을 씻어야한다.

걸어서 말려야 끝이 잘 모이기 때문에 줄줄 고드름처럼 붓이 걸려있었다.


수업이나 행사, 작업마다 다른 종이를 쓰는데, 쓰고 제자리에 가져다 둘 틈도 없어서

그냥 쌓아놓다 보니 모든 종류의 종이가 다 섞여 버렸다.


전사굿즈를 만들고 나니 사용한 폐전사지가 박스 안에 어마어마하게 쌓였고

불량품들은 테스트용으로 재활용을 해야하니 버리지도 못했다.


플리마켓에 가지고 갔던 물품들은 그대로 방치되었고

소품 작업의 재료와 도구들도 여기저기 널부러졌다.


공방은 유리온실 형태.

맑은 날이라면 영하의 온도라도 실내는 난방없이 25도 정도로 따뜻해서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도 좋은지라 공기가 통해서 좋지만 또 먼지도 많이 들어온다.

무시무시하게 쌓아놓은 짐들 사이사이로 먼지도 함께 쌓인다.


그냥 아비규환이다.......

업무 사이사이에 왔다갔다 하면서 하나씩 정리를 시작한지 4일째.

(오늘은 그 와중에 김장도 했다.)

제법 짐이 제 자리로 돌아가긴 했지만 태산에서 티끌을 덜어내도 태산이더라.




작가의 이전글아르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