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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개구리 Oct 22. 2022

불완전한 물음표

 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한 무리의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는 듯했다. 연인들은 서로에게 흠뻑 빠진 것 같았고, 바쁘게 걸어가는 직장인의 표정은 더없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모두 자신에게, 서로에게, 일상에,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았다. 반면 내가 보는 나는 어디에 가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익숙한 건물, 길은 물론이고 인터넷 위에서도 내가 단 댓글은 유난히 어색했다. 사람 사이에도 예외는 없어서 나는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채로 끼어 살았다. 나는 내가 혼자인지 함께인지 고민했다.


 어떨 때는 세상과 내가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파란 점들 사이에서 홀로 빨간 점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실수로 찍혔다고 생각할 만큼 작은 점이었지만 충분히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림의 작가는 나를 강조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내 눈에 이 그림은 그저 실패작으로 보였다. 그림 안에서 홀로 다른 색을 안고서 일부인 척 살아가는 건 매우 불안했다. 내가 그림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파란 점 뒤로 숨는 것밖에 없었다.


 나는 파란 점 뒤에 숨었고, 내 존재에 대해 고민했다. 빨간 점으로 살 수 없게 되자 그토록 쉬웠던 존재라는 것이 어려워졌다. 나는 이제 혼자도 함께도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이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붉은 혼란을 안고 푸른빛을 띠었다. 빨간 점일 때는 그림의 일부인 척 해야 했다면 이제는 파란 점의 일부가 돼야 했다. 파란 점 뒤에 나를 숨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부러움과 질투심이 자라 만든 열등감이 나를 깎아내렸다. 세상이 나를 등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등의 뒤에 있던 세상 덕에 이 감정을 잠시 잊을 순 있었다. 내가 본 등 뒤 세상에는 붉은 혼란을 안고 있는 점들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채로 존재했다. 세상의 등에 매달려 있던 빨간 점들은 내가 그들의 그림에 일부로 존재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래도 혼자인지 함께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마음에 남은 외로움은 날 그렇게 만들었다. 나는 완전히 스며들지 못했다. 누군가 떠나갈까 걱정했고, 차라리 혼자가 나을까 고민했다. 어딘가에 스며들기에 나는 겁이 너무 많았다. 나는 내게 등을 보여준 곳에서 떠났다.


 떠난 곳에서는 인생과 혼자에 대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아냐, 인생은 혼자 살 수 없어.” 그들은 서로의 의견을 열심히 주장하는데 난 이 대화가 지겹기만 했다. 그래도 돌아가는 사고 회로는 ‘차라리 진짜 혼자라면 편할 텐데’, ‘차라리 진짜 함께라면 좋을 텐데’하고 생각했다. 나는 둘 중 어느 쪽도 되지 못하고 가짜가 돼 버렸다. 진짜 함께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혼자였고, 진짜 혼자라고 생각했을 때는 등 뒤에 누군가 서 있었다. 혹은 난 정말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척, 가짜 혼자라고 말하며 어떻게든 함께가 되려고 한 건지도 모르겠다. 함께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가 돼야 했고 혼자가 되려면 함께여야 했다. 복잡한 사실이 머릿속에서 꼬이고 꼬였다.


 혼자는 외로웠고 함께는 불안했다. 그런 불완전한 것들이 모여 물결을 만들어냈다. 물결 옆에는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를 점 하나가 찍혔고, 고개를 기울이니 그것은 물음표가 되었다. 그 모습은 꼭 나한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당신은 진짜 누군가를 위해 등을 보여줄 수 있냐고, 등 뒤에 서 있을 수 있냐고. 당신은 진짜 혼자냐고, 함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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