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어려운 사람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참 많이도 껴입고 있었다. 잠에 들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침대에 들어가기 전 온몸을 달구려는 마음을 먹은 사람처럼 많이도 껴입고 있었다.
나는 얇은 내복, 그 위에 후드티와 바지, 그 위에 경량 패딩조끼, 그 위에 다시 패딩을 입고 누에고치처럼 침대를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따뜻했지만 이내 불쾌하리라만큼의 뜨거운 열기가 몸속 가운데부터 치밀어 올랐다. 덥지 않냐는 다른 이들의 말에 나는 고집스럽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다음은 기억에 없다.
꿈에서 보호복처럼 뭔가를 많이 껴입은 것이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거나, 나 스스로가 남을 대할 때 그만큼 마음의 보호복을 많이 입고 대한다거나 하는 해석은 하고 싶지 않고.
글쎄, 하지만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실제로 나는 겨울에 뜨거우리라만큼 겹겹이 많은 옷을 입고 다니고, 그 덕에 따뜻한 지하철을 탈 때면 속에서 마그마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꿈에서 그런 열기를 느낀 이유는 무얼까. 치밀어 오르는 화와 같은 열기. 참을 수 없어 잠에서 깬 뒤 바지를 벗고 시원한 이불의 감을 느끼며 잠에 들게 한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