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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Jul 23. 2020

7월 23일 목요일

오래 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















졸미트립탄 한 알과 두드러기 약을 먹으며 나는 끝을 모르고 우울해진다. 왜 지금 이 약들 없이 평범하게 생활할 수 없는가 하는 의문이 둥둥 떠돈다. 이 조그만 약이 내 혈관을 움직인다는 것이, 그리고 그로 인해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참 기쁘고 우울하다. 신경과에서 한달치 약을 받아올 때, 두둑한 약봉지의 두께가 나의 기분을 짓누른다. 그러다 방 안에 앉아 화분에서 아주 작은 새순이 올라온 것을 발견하고 이내 희미한 웃음이 지어진다. 그러다 또 다시 생각한다. 평범하게 운동하고, 땀을 흘리고 그 땀에 기뻐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던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데 그 말도 스트레스가 된다. 우습다. 조금만 힘이 들어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몸이. 내 혈관이, 참으로 우습다. 몸은 견뎌내지 못하는데 나는 하고싶다. 마라톤을, 수영을, 2시간의 운동을, 뜀박질을, 산 타기를, 땀 흘리기를. 참, 별것도 아닌 걸로 우습게도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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