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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Aug 31. 2020

합정에서 맛볼 수 있는 내가 사랑하는 카푸치노

빈브라더스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

열 번째, 한국의 서울, 합정. 


어제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어 지금 현재 카페를 가지는 못하지만, 기억을 반추하면서 그때의 감정들과 맛을 느껴보고자 노트북을 켜본다. 


합정에 빈브라더스라는 카페가 있다. 직접 볶은 커피로 만든 메뉴들을 주력으로 하는, 내외부가 콘크리트 질감을 가진 카페다. 아마도 처음 방문했던 날은 2년인지 3년 전이었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쭉 끊임없이 찾는 곳이다. 합정에 갈 때마다 이 카페에 가는 통에 나를 아는 지인들은 모두 나에게 그 카페에 꿀을 발라놓았냐고 한다. 내가 이 카페에 가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카푸치노다. 

2020년 봄, 내 앞에 놓인 것이 카푸치노. 친구는 아이스 라테, 케이크는 꾸덕한 녹차맛

그래, 왜 이 카푸치노냐 하면, 

일단 빈브라더스에서 주문을 할 때는 원두를 선택하게 된다. 이때 나는 항상 신맛이 나는 원두를 고른다. 왠지 모르겠지만 고소한 우유와 새큼한 원두가 만나면 맛이 더해지는 것 같다. 음료가 만들어지면, 나는 전문 바리스타의 손에서 정말 감칠맛 나게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난 따뜻한 우유에 새큼한 에스프레소가 섞인 풍미가 놀라운 카푸치노를 맛보게 된다. 

그래, 그래서 이 카푸치노다. 유지방이 많은 부드러운 우유로 만들어진, 게거품을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층과 공기가 섞인 커피는 정말 놀랄 만큼 고소하고 맛있다. 매월 다르지만 커피를 목 뒤로 넘긴 뒤에 남는 상큼한 커피 향도 그 매력이다. 



합정

합정이라는 동네도 좋다. 역을 나서면 메세나폴리스와 거대한 빌딩들이 가득하지만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작은 주택들과 낮은 건물들로 가득한 거리가 나온다. 전선들이 마구 뒤엮인 채 하늘을 가리고 있고, 인도가 아닌 차도도 많지만, 꽤 조용한 분위기가 있는 탓에 사진을 찍으면 가끔은 감성적이게 되기도 한다. 숨은 가게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왠지 천천히 걷게 된다. 



2019년 1월

이 카페의 또 한 가지 특징을 꼽아보자면, 음료를 주문하면 항상 선택한 원두 카드를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전의 원두카드

뒷면에는 원두의 특징이 간략히 적혀있다. 나는 미각이 아주 예민한 편은 아니어서 정말 산딸기와 피칸의 맛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설명을 읽고 난 뒤 맛보면 아는 만큼, 더 풍부하게 누릴 수 있음은 확실하다. 


지금은 원두 카드의 디자인이 바뀌어, 

현재의 원두 카드

이런 모양이 되었다. 뒷면에는 여전히 원두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한 가지 원두로만 이루어진 단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블랜딩 된 콩들 또한 있다. 새큼한 맛이 나는 블랜딩이라면 카푸치노로 주문했을 때 여전히 맛있다. 굳이 저녁시간이 아니라면 디카페인보다는 일반 원두를 먹기를 추천한다. 맛이 확연히 다르다. 일반 원두의 풍미가 더 좋다. 


참, 알 수 없는 것이 나는 미각이 예민하지도 않으면서 취향은 매우 확고하다. 그래서 내가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라는 말을 붙이게 된 것이다. 취향이 다른 사람의 것을 들여다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다 취향이 맞는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 또한 기쁜 일이 되기도 하니까-적어도 나는 그렇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부디 그런 재미와 기쁨을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나는, 전문가로서의 확신은 없지만, 때로는 괴랄스러운 나에게는 이 카푸치노가 여기저기 여러 곳에서 맛본 것 중 가장 맛있었다고 확고하게 말하며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지난겨울, 친구가 찍은 사진




빈브라더스 합정점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토정로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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