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세우기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덕담에
'그냥 아무나 돼' 라던 이효리의 말이 떠오른다.
(사진은 영화 - 제미니 맨)
남들 골프 칠 때 골프 치고, 남들 쉴 때 쉴 수 있는 삶을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바라셨다.
아버지의 바람과는 다르게 내가 일반 직장에 취직하지 않고, 창업한 지 4년이 되는 지금 아버지는 조바심이 난다고 하셨다.
손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고 하셨다. 내가 불안정한 길을 갈수록 결혼과는 먼 삶을 살아가게 될까 봐, 그래서 자기가 조금이라도 기력이 남아있을 때 손주를 안아 볼 수 없을까 봐 조바심이 난다고 하셨다. 그게 남은 생의 마지막 바람이라고.
아버지의 바람을 이뤄드리려고 삶을 살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건 아버지의 바람이지, 내 바람은 아니니까. 그래도 아버지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게 되어서, 아버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아버지의 조바심을 조금은 달래주고 싶은 마음에,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든, 혹은 그럭저럭 벌든 아니면 쪽박을 차든(혹은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든)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될 거라고 했다. 내가 41살이 되기 전에는 하게 되지 않겠냐라는 확언 비슷한 너스레를 떨어 버렸다. 많이 벌면 많이 버는 대로, 벌이가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가정을 꾸려서 살아가지 않겠냐며 아버지를 달랬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거면 됐다면서,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대화의 화제를 돌리셨다.
그렇게 제주도 밤바다를 앞에 두고 한라산을 한 병 비웠다.
@프롤로그
'아버지, 미안한데 아버지 뜻대로는 살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았더니 아버지의 생각과 맞아서 당신이 기쁠 수는 있겠지. 반대로 내가 결혼을 안 하게 돼서, 언짢고 당신이 힘들면 그건 당신의 몫이지 내 몫이 아냐.
* 만들어가고 있는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