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커지려면
제가 어떤 일에 대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좋던 나쁘든 간에 결과가 나오고 후에 모든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평가할 때, 내가 해낸 것이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아요. 잘난 척하려고 대단한 결과에 대해 별 것 아니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제가 해낸 것들을 작게 생각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사업을 4년 정도 했어요. <독서기반 커뮤니티>라고 책/영화(컨텐츠)를 보고 와서 감상문을 제출하고, 발제문을 토대로 대화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했답니다. 많이 생소하기도 한데, 서울에서는 <트레바리> <문토> <크클> <취향관>과 유사한 커뮤니티 사업이라고 보시면 돼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저는 제가 맡았던 업무에 대해서
제가 했던 업무는 외부 공간까지 합쳐 40평 정도 되는 공간을 청소하고, 정규 모임/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회원분들을 맞을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모임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해서 회원들을 모집했죠. 마케팅이라고 해서 딱히 어떤 기술이 있었다기보다, 돈을 내면 google, facebook에서 노출이 됐었죠.
제가 실질적으로 했던 업무에 대해서 스스로 높게 사지 않았고, 같이 일하던 디자이너 한 분과 다른 공동대표가 정말 핵심적인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치는데 지장이 없도록, 제가 어시스트한다고 스스로 여겼어요. 그 동료들도 그리고 어느 회원분도 저의 포지션을 낮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 스스로를 그렇게 여겼던 거죠.
저는 업무상 블로그/인스타에 글을 쓰거나 모임에 참여하게 될 때 감상문과 같이 글을 많이 썼는데, 스스로를 낮게 평가한 것과는 다르게 제 글에 대해서 좋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나 있었어요. 근데 저는 제 글은 단지 솔직하게 썼을 뿐 잘 쓴 글은 아니라는 반응으로 일관했었죠. 왜냐하면 저는 글을 쓸 때 의식의 흐름대로 정말 편하게 쓰거든요. 서론-본론-결론 같은 체계적인 구조도 모르고, 짧은 시간에 쉽게 쓰인 글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글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스스로 외면했던 거예요.
또 저는 실천력이 좋고, 완벽하게 하겠다는 마음보다 일단 실행하면서 깎아 나간다 라는 생각이 큰 사람이고 그게 또 저에게 편해요.
- 42일간 인도 배낭여행을 간 것
- 420km 국토 대장정을 한 것
- 학교를 그만두고
- 1년간 주택을 직접 공사해서 사업을 시작한 것
에 대해서 스스로 대견해하거나 인정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실행이라는 것이 저에게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실행하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거죠.
이런 제 이야기를 듣고, 지인분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어느 누군가에겐
글을 그저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것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당신이 가진 기질이 남들과 다른 재능 일 수 있다’
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제가 해왔던 일이나, 제가 가진 조금 남다른 기질, 재능을 항상 작게 여기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다 보니 스스로를 되돌아볼 때 나이만 먹고, 학력이나, 뾰족한 경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일축해왔던 거죠.
그렇다고 있지도 않은 재능, 경험을 있다고 우기라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신이 해왔던 선택과 과정들을 돌아보면서 스스로를 어느 정도 쓰다듬어주면서 인정은 해줘야 한다는 거죠.
<자기 확신>, <자기 의존>과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그런 믿음 위에 심적인 여유라는 게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그런 여유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또 함께 하고 싶지 않나요?
저는 사업을 하고 나서는 가족/친척들과의 자리가 늘 불편했어요. 그들도 저를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더 중요한 건 스스로가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인정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할 때는 항상 날이 서 있었고, 어울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스스로에 대해 조금씩 인정하면서 받아들이게 되니, 가족들과의 시간이 많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확신이 있으니 마음이 안정되는 거죠. 그렇게 여유가 생기니 농담도 던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유튜브를 할 수도 있는 거죠. 제가 가진 경험과 능력에 대한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거죠.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그렇고 조금은 더 자신의 경험과 기질을 인정해주고, 여태껏 해왔던 것보다 조금 더 높게 사주셔도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이 칭찬에 인색한 편이잖아요? 그게 왜 그렇냐면 스스로에게 역시도 인색한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살아봐요 우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