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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나투스 May 09. 2021

사실, 가족이 없습니다.

2021, 어버이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존재한다는 ,  때는 저에게도 가족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겠죠.  제가  태어난 그날에 저의 부모님들이 있었을 테니까요.

                                                                                          .                                                                                           .                                                                                           .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요플레의 맛
친누나의 딸, 조카 '서희'입니다. 이 아이가 태어났던 순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선명하게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분명 제가 어머님에게 육체적은 고통을 안겨주면서 태어났던 그 순간부터 저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나던 그날, 저희 부모님은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지 않았을까요?


아기를 좋아하지 않던 제가, 저희 친누나의 딸(1살 배기 조카)을 바라보는 마음보다 훨씬 깊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정을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느꼈을 거예요.


그 감정과 함께, 아버지 어머니는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시작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태어나던 그때,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고작 30살이었거든요. (제가 지금 31살이니까, 저보다 동생이었네요.)

제 아버지의 20대 시절이에요. 저와 저의 누나도 태어나기 전 인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을 때, 아버지가 아닌 한 청년일 때.


    부모님도 분명 지금의 저와 같이 출근하기 싫은 날도 있었고, 살아가야 할 앞날을 생각하면 막연한 기분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던 순간들도 많았을 거예요. 그래도 자식들(저와 누나들)을 보면서 어찌어찌 버티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오지 않았을까요?


저는 31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나 혼자만의 삶도 때때로 버겁게 느껴지는데 부모로서의 무게는 얼마나 버거웠을까요? 그런 숭고한 희생의 울타리 안에서, 저희 가족이 만들어졌던 겁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님께 벅찬 감동을 안겨주며 태어난 저는 31년 후에 <사실, 가족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끄적이고 있네요. 부모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많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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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친하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그 울타리를 지켜오던 부모님들의 숭고한 희생과는 별개로 그 울타리 속에서 안전하게 자라온 저는 그리 가족들과 친하지 않습니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그리고 나의 친누나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궁금해하지도 않고, 때로는 그들을 미워하기도 합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는 컨텍스트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공간을 이용하는 멤버들은 서로 나이, 학벌, 지위와 같은 겉모습을 밝히지 않고 오롯이 지금 현재의 우리로써 모임에 참여하고 서로를 궁금해합니다. 서로에 대해 그런 타이틀(나이, 학벌,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 교감을 하는 거죠. 분명 이런 자유로운 관계에서 얻는 위안이 존재합니다.



코로나가 오기 전, 컨텍스트 모임 사진이에요.
컨텍스트의 슬로건


제가 컨텍스트라는 공간을 언급한 이유는, 만약 나의 부모님을(혹은 친누나를) 이 공간에서 만나게 되었더라면 오히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마주했을 때 보다 훨씬 더 정서적으로 가까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피붙이(가족)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저 동생으로써, 그저 부모로서 역할을 다 할 뿐이지, 개별적인 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바라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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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즐겁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분명 컨텍스트에서 만나는 멤버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오롯이 나라는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그래서 신나기도 하고,  나 역시도 그들을 존재 그 자체로 조명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됩니다. 가족들과는 이런 대화를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우리 가족은 서로를 존재 자체로 보듬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며,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내려 갔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낳아주신 덕분에, 다채로운 경험을 하면서 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이런 순간들이 없었을 거라고. 어머니의 헌신과 뒷바라지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용기를 가지고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고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편지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벌이도 녹록지 않지만 저는 5만 원을 한 장 함께 넣었습니다. 고마움의 표현 방식이라고 할까요? 누군가는 '겨우 5만 원?'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2021년 5월 저의 한 달 수입은 60만 원입니다. 제 생활비를 내고 나면, 치킨 한 마리도 고민을 하고 주문을 해야 할 때가 있는 수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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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지긴 했지만, 지금의 저는 정서적으로 가족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저 역시도 안타깝지만, 저희 부모님도 저를 품에 처음 안았을 때는 이런 가족을 꿈꾸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 성인이 된 제가,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보수하고 좀 더 정감 있는 울타리 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가족이라는 것이 '있다'라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조금 더 표현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31살이 된 지금에서야,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애를 써야겠구나 라는 어렴풋한 생각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런 정서적인 가족을 가진 분들이 부럽기만 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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