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두 개의 모임공간 운영자
책을 써야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 지 4개월이 넘었다.
딴에 전업으로써 모임을 7년 운영했고, 서울에서 두 개의 모임 공간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으니 할 말이 많은가 했다.
워낙에 글 쓰는데 망설임이 없는 성향이어서 책이 뚝딱하면 나올 줄 알았던 것 같다. 2월에 한 달간 안식월을 가지면서 책 좀 끄적여볼까 했는데 내가 너무 얕잡아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가 7년간의 전업 모임공간 운영자로서의 책 제목은 떠오른 게 있다.
‘모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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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충만히 채워주었던 경험 - 8권의 책
머리가 크고 나서, 대학을 제적당하고 나서는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했다. 나이나 직업, 연봉이나 주식에 대한 이야기 말고, 그 너머의 그 사람의 아주 사적인 경험과 해석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3-4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경험을 숱하게 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책 그 너머의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었다. 8-10명에서 독서모임을 하며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책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런 건 평론가들이나 가방끈 긴 사람들이 해주는 이야기로 언제 어디서든 의지만 있으면 핸드폰으로 섭렵할 수 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눈이 반짝인 이야기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듣다가 공감 가는 부분에 왜 나는 공감하게 되는지 나의 이야기 한 스푼. 혹은 이해가 되지 않거나, 생각이 다른 부분에서는 바로바로 화자에게 질문을 할 수 있으니 좋았다.
마치 책 저자를 앞에 두고 책 내용에 대해서 바로바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나는 그렇게 한 모임에서 8-10명의 사람들을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하며, 7년 가까운 시간 동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 분투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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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간을 확장하니 즐거움보다는 부담감이 커지는 요즘
근데 7년쯤 되니까 사람이라는 책을 읽는 게 예전만치 즐겁지가 않다. 즐겁지가 않으니 이야기를 자연스레 끌어내는 힘도 약해진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내 기준에서는 겉도는 이야기들로 모임을 마친 적도 꽤나 있었던 요 근래였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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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풀 꺾이고 난 다음’
그리고 두 개의 공간을 책임지게 되면서 고정적으로 나가게 되는 돈들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세가 좋고, 흐름을 탔을 때야 그런 부담들을 다 뚫고 나갈 에너지가 넘쳐흘러 부담이 크다고 느끼지 않지만, 요즘의 나처럼 한 풀 꺾이고 난 뒤의 시기가 참 곤혹스러운 것 같다. 여기서부터 쓰이는 이야기가 나라는 사람이 한 단계 격이 올라가는 순간이 되려나 싶다.
3. 말은 쉽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건 말이 아니다.
말로만 모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가하고 조언하고 판단한다. 잘 되라고 해주는 말이란다. 스스로가 어떤 책임이라는 것을 짊어지고, 그걸 살아봤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이성으로만 가득 찬 평가와 판단의 이야기는 쉽지 않을 거다. 한 풀 꺾여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걸 딛고 일어서 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사리 입을 떼지는 못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말로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짧은 순간 누군가의 주목을 이끌어내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것을 자기가 책임지고 운영을 하는 일은 말로 유지되지 않는다. 말로 월세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ㅡ 끝맺으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써내려 져 갈지 모르겠다. 어떤 지인은 너무 자신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지 말고 어느 정도 숨기라고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건 있어 보이기 위해서도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내가 운영하는 코나투스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여서 더 많은 사람이 오게 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나는 나를 마주하기 위해, 해상도를 높이는 글을 쓰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