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권력을 인수한다-68년의 파리
빅토르 위고는 '군대를 막을 수는 있어도 때를 만난 아이디어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공감을 얻는 생각, 시대정신이라고 하기도 하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제와 그 문제의 해결에 대한 생각이 사회적 공감을 얻는 순간 어떤 물리력으로도 제어하기 어렵다는 것은 지난 역사의 경험으로 보아도 익숙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반대'는 있어도 무엇을 하자는 주장과 제언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과거와는 다른 성격의 위기 가운데 처한 우리로서는 문제를 접근하는 태도와 사유도 달라야 하는 데, 익숙한 방식의 생각과 태도, 주체들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창비에서 번역 발간한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이라는 책을 읽다 보니 여전히 지금 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세상을 대해야 하는 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메시지들이 눈을 자극한다. 68년 5월 13일 파리에 모여 든 예술가들이 만든 결의안의 제목은 '상상력이 권력을 인수한다'였다. 예술가들 다운 표현이고 영감이 담긴 말이 아니겠는가? 이런 표현이 좀 더 구체적 방향을 획득하면 이렇게 표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래를 장악해야 한다. 낡은 정부에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미래를 구성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상상이 현실성을 획득할 수는 없는 일. 상상력이 현실화되기 위해 필요한 '창조적 작업'이 이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당시 파리 오데용 극장의 벽에 새겨진 수많은 슬로건들 중의 하나인 이런 슬로건이 눈에 들어온다.
'창조는 미래의 권력을 움켜쥐는 것이다'
68혁명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아래서 이런 생각들은 사람들을 미래에 대한 벅찬 상상으로 이끌었으리라. 68년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사람들을 연결하는 이런 생각들은 그들을 말하고 행동하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수많은 생각과 주장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그 생각과 주장들이 부딪히는 과정은 곧 당시의 사회시스템을 순식간에 낡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과정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68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바란다면, 이런 생각을 해봄직하다.
*68혁명에 관한 책으로는 크리스하먼의 <세계를 뒤흔든 1968>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