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터널만 만들면 재난은 멈출까?
2022년 8월에 내린 115년 빈도의 폭우로 인한 서울의 재난이 박원순 시장과 민주당의회의 예산삭감 때문이라고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 힘이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박시장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나 지났다. 오시장이 시장이 된 지도 1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임시장 탓을 하고 있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다. 더구나 왜 대심도 터널을 신월동에만 하고 멈추었는 지 이유를 말해 줄 수 없는 그는, 이제 그래서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임 떠넘기기 좋다고 생각했을 지 모르나 야비한 방법이다. 또 그동안 계속 증액되어 왔던 치수와 관련된 예산을 애초 삭감된 안으로 낸 것이 오세훈 시장 자신이면서 민주당의 책임으로 떠 넘기는 것도 치사한 일이다. 이미 여러 보도로 알려졌지만 그 삭감된 예산마저 서울시의회는 예비비 형식으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하수관거 비용으로 편성해 두길 요청했지만 그 마저 서울시가 수용하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을 보면 ‘박원순 시장이 대심도 터널을 중단하지 않았다면’ 이 물난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실상 중단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 내부에서 조차 너무 논란이 많은 사업이라 신월동의 경우를 시범적으로 보며 평가를 해보려는 생각들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도 논란이 심해 박시장은 대심도 터널을 만든 몇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인 일본에 가서 보고 와서 신월동에 만들었지만, 그 효용성을 두고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 따라서 그동안의 사업과 정책을 잘 평가하고 정책을 정해야 한다는 전 서울시의원이었던 서윤기의원 같은 분의 주장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대심도 터널을 만든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좋은 사례로 생각했다. 실제로 여러 강의나 이야기 기회가 있을 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공간구조나 도시계획도 달라져야 한다는 사례로 신월동 대심도 터널을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몇 사람에게 물어 보니 기후위기의 시대에 폭우에 대비하는 도시 기반시설이 꼭 대심도 터널이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이견이 적잖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누구도 그런 말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일하던 11년전 서울에도 100년 빈도의 폭우가 온 적이 있다. 그 때 광화문이 침수되었고, 이후 서울시는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인지 그동안은 큰 재난은 없었다. 이번 재난에서 강남의 슈퍼맨이 했던 쓰레기 수거를 그간에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여름 장마전에 시장과 함께 직접 살피며 사전대비를 철저히 해 온 탓이기도 하고, 기후위기에 따른 도시기반 시설의 재구축 필요에 따라 대심도 터널도 검토하고 다른 소규모 배수시설도 점검하고 만들고 그를 위해 관련예산을 늘려가며 대비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바로 그 서울시 공무원들이.
이번 비는 115년 빈도의 폭우라는 것 때문에 대심도 터널에 대한 공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의 우리 스스로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 진지한 접근을 폄하하는 ‘한 방’에 의존하는 방식의 정책전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게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반지하를 일거에 없애면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거‘형 정책방향에는 왜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는 지에 대한 관심과 성찰이 자리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대심도 터널을 만든다고 하면 그 효용성과 터널이 미치는 도시공간에 대한 영향을 잘 살펴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