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양런화

010. 안정적으로 달리지 못한다는 감각

2024.05.18 / 5.04km

by 히로

제법 날씨가 더워졌다. 나른한 주말 저녁, 마음까지 나른해지면 안 될 것 같아 러닝화를 꺼냈다. 달리기 전에는 늘 오늘의 목표를 고민한다. '이제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자신감과 '근데 오늘은 못할 것 같아'라는 불안감이 충돌해, 출발 직전까지도 타협과 의지의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한다. 결론은 오늘도 다시금 5km를 달려보기로.


지난번 5km를 달리면서 초반 페이스가 빨라 고생했기에 오늘은 정말로 안정적으로 달려보고자 했다. 했으나 막상 달리기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초반에 힘을 쏟아버렸다. '아니야, 오늘은 정말 몸이 가벼워'라는 착각에 빠져 1km를 달리니 5분 13초. 나로서는 생각도 못할 기록이 나왔다. 이게 맞나?


맞긴 뭐가 맞을까. 아니나 다를까 점차 속도가 줄어든다. 분명 머리로는 아는데도 왜 몸은 제어가 안될까. 5분 51초, 6분 1초, 6분 22초… 페이스는 점점 줄어들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꾸역꾸역 달려 5분 57초 페이스로 30분 달리기를 마쳤다. 첫 1km가 페이스를 벌어준 탓이겠지.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안정적으로 달리기'를 다짐했는데, 오늘은 내 기준에서는 안정적으로 달리지 못했다. 달리기는 몸을 단련시키는 것을 넘어 그 과정이 삶과 닮은 듯하다. 안정적이고 평탄한 길을 원하지만, 실상은 내 생각과 다른 페이스로 달리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만나기도 한다. 늘 변수가 손안에 있는 듯, 그렇지 않은 듯.


그래서 어쩌면, 달리기와 삶은 목표와 방향이 필요하지만 억지로 통제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길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잃고, 또 얻을 테니. 달리기는, 어쩌면 철학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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