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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그리 Feb 13. 2018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대답하라

Here I am, 아청법 개정안 간담회 참여 후기

빠띠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닷페이스,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개정 촉구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가브크래프트를 통해 시민 12801명이 아청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고, 2월 초 국회에서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간담회도 있었습니다. 진행되었던 캠페인과 간담회에 대하여 떠오른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2015년,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여중생이
살해 당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이 십대 여성이 모텔로 갔을 때, 여기에는 3명의 남성이 조직적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성매매를 알선하고, 학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죠. 그녀는 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을까요?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하면, 성착취 당하는 자기 자신도 피해자가 아니라 범법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십대여성인권센터는 '관악구 성착취 십대여성 살해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지속적으로 성착취 십대 여성을 '대상 청소년'이 아니라 '피해 청소년'으로 개정하라는 운동을 이끌어 왔습니다. 


대상 청소년이 되면 구치소에 들어가고, '보호처분'이라는 명목 하에 범법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데에 반해 피해 청소년이 되면 범법에 대한 낙인이 없고 실제적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착취 사건이 발생해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죠.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묻다


십대 성매매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먼저 묻습니다. "왜 성매매를 했니?" 라고요. 하지만 닷페이스X십대여성인권센터는 피해자에게 묻지 않아요. 이들은 십대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하자고 연락하고 교복을 챙겨 오라고 요청하는 가해자 남성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물었지요. 


왜 십대인 줄 알면서 성매매를 하시나요?
그건 한 사람의 인생 전반을 뒤흔드는
범죄입니다.


닷페이스X십대여성인권센터 'Here I am' 영상


가해자를 찾고, 따져 묻고, 이 현상을 설명하는 닷페이스X십대여성인권센터의 연작 영상을 보고 많은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서명은 빠띠가 관리하는 온라인 플랫폼 가브크래프트에서 진행했고, 빠띠도 이 캠페인에 합류하여 온라인 액션의 홍보와 개발 등에 참여했습니다. 


서명은 대상 청소년을 피해 청소년으로 개정하라는 내용이었고, 12801명이 서명에 참여에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멈추지 않고, 관련하여 열린 간담회에 많은 시민과 청소년들이 참석하여 개정안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렇게 발언해주시기도 했어요.

"청소년이 담배와 술을 살 때, 처벌받는 건 청소년에게 담배와 술을 판 사람이지 청소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런데 왜 성매매에서만, 청소년이 '사리분별이 가능하다'고 하며 청소년을 함께 처벌하는 것입니까. 지금 이 상황은 너무나 부조리합니다."


간담회가 끝난 이후에는 모인 시민들이 우리가 만이천여명의 서명이 모인 서명책자를 들고 여가위, 법사위 의원실에 직접 전달했습니다. 의원실 직원 중엔 국회에 처음 방문해 본 사람들이 서명안을 들고 왔다고 하니 놀라는 분들도 있고 '정말 활동가 아니냐'며 반신반의하는 분도 있더라구요. 우리의 손으로 서명한 것을 직접 의원실에 전달하고나니 뿌듯해하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동안 달려온 십대여성인권센터 활동가 분들도 벅차게 감동하신 것 같았어요. "이번엔 정말 될 것 같다. 법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죠. 시민도 활동가도 변화의 조짐을 발견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이슈를 끈질기게 붙잡고 목소리 낸다는 것


사실 간담회 현장에 다녀왔던 저는 다른 그 무엇보다 십대여성인권센터의 행보에 정말이지 울컥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 동안이나 달려 온 사람들을 본다는 건, 경외심이 드는 일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게 되겠어?' 라고 도끼눈을 떴던 사람들도, 수 년동안 촉구하는 목소리에 점차 귀 기울이게 되고, 그 길 가운데 멋지게 협업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서 또 다시 이렇게 훌륭한 결과물들을 낼 수 있는 것. 이건 우연이 아니라, 이들의 노력이 일구어 온 필연적인 결과물 같아요. 부디 이 운동이 실제 개정안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아청법 개정안은 2월 20일 법안 소위에서 이야기될 예정이고, 2월 21일 법안의결 전체회의에서 진행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들에게 후원을 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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