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이 되기 전 맞는 한 달마다 아기가 변한다고 한다. 우리 집 아기의 경우에는 잠투정이었다. 한 달 전에는 먹으면 트름 시켜주는 동안 곧 잠들었고, 깨어있는 시간엔 혼자서 곧잘 놀다가 누워서도 잠들었기 때문에 잠투정을 몰랐었다. 그런데 한 달이 된 지금 처음 맞게 된 잠투정은 그야말로 우리 온 가족을 멘붕에 빠뜨렸다. 게다가 본래 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기였던 터라, 안아주면 더 크게 울고 누워 있어도 울어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러던 중 산후조리사 선생님의 조언으로 포대기를 구입했고 포대기를 쓸 줄 모르는 나를 대신해 아기를 업은 친정 엄마 덕에 다시 우리 집은 평화를 되찾았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있었으니, 포대기를 못 쓰는 나 혼자 있을 때에는 아기를 도통 재울 수가 없는 것이다. 안아도 울고, 눕혀도 울고, 토닥여도 울고, 친정부모님이 외출한 몇 시간 동안은 숨 넘어갈 때까지 우는 아기 때문에 나는 엄마로서의 자신감을 잃었다. 우는 아기가 무섭기까지 했다. 친정부모님을 외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자식으로서도 죄송하고, 부모로서도 미안한 날들이 이어지자 이윽고 우리 부부는 결심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기를 우리 힘으로 달래보자!
Round #1
남편이 일찍 퇴근한 날, 친정부모님은 주무시라고 안방으로 등을 떠밀고 우리 부부가 아기를 돌보기로 했다. 유독 초저녁부터 잠투정이 심해지던 아기였던 터라 남편이 퇴근하기 전부터 이미 말똥말똥, 잠은 안자고 혼자 놀고 있었다. 아기를 초조하게 바라보던 우리, 어느 정도 칭얼거리더니 곧 애앵-하며 잠투정을 알리는 신호가 다가왔다. 먼저 신랑이 아기를 옆으로 누운 자세로 안았다. 자지러졌다. 비장의 무기였던 비닐봉투(비닐봉투 부시럭이는 소리를 들려주면 아기가 진정되곤 했다)를 대동하고 나섰으나 아기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수유텀은 간신히 세시간 반으로 늘려놨는데, 밥 먹은 지 막 두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던 터라 지금 우유를 먹이면 수유텀이 또 엉망이 될 것 같아 우유는 주지 않았다. 약 삼십 분 정도를 남편와 내가 번갈아 안고, 세워 안다가 눕혀 안고 어깨에도 올려보고 다독였으나 울음은 점차 심해져서 이윽고 아기가 숨도 못 쉴 지경이 이르렀다. 결국 우리는 포기하고 일단 우유를 먹이기로 했다. 140ml 를 먹는 아이가 그 절반인 70ml 만 먹더니 젖병에서 입을 떼버렸다. 워낙에 숨이 넘어가게 울었던 터라 그 마저도 단단히 체했는 지 평소보다 많이 게워냈다. 우유를 먹이니 간신히 잠에 들었다. 잠투정을 달래는 건 어쨌든 실패했다.
우리는 의기소침해졌다. 어떻게 달래도 아기를 진정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 둘 다 부모의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좀 더 노력해보기로 하고 서로를 다독인 후에 우리도 잠들었다. 그러나 그날 밤 워낙에 아기가 깊게 자지 못하고 계속 칭얼거렸던 터라 우리 둘 다 교대로 두시간씩 쪽잠만 잤다. 일단 성질을 내게 한 날은, 간신히 잠을 재워도 깊게 자지 못하는 것 같았다.
Round #2
토요일, 결혼식이 있던 친정부모님은 오전에 외출하셨다. 오전 8시 30분에 마지막 수유를 마치고 잠에 들었던 아기는 11시가 되자 갑자기 칭얼거리며 잠에서 깼다. 우리는 아침이 되면 아기를 계속 보기 위해 침대를 마루로 옮겨놓는데, 아기를 재워놓고 그 전에 본방을 놓쳤던 드라마의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으레 칭얼거리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고 아기를 안았는데, 안고나서 사르르 눈을 감던 아기가 갑작스럽게 팔을 휘저으며 놀라 깨더니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앉아서 달래주고 있다가 일어나서 집안을 걸어다니며 아기를 달랬다. 남편은 비닐봉투를 들고 아기를 안은 내 옆을 따라다니며 아기에게 비닐 부시럭대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눕혀 안다가, 세워 안다가, 속싸개를 해줘봤다가, 별짓을 다해도 내 품에선 더 요란이 날 뿐이어서 남편과 교대하여 안았다. 남편이 자장가를 생각해내서, 자장가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자장가 덕택인지 아기는 정말 오랜만에 남편 품에서 진정되었다. 게다가 눈까지 감았다! 아기가 눈을 감은 이후에도 한동안 서서 돌아다니던 남편이 잠시 쉬려고 소파에 앉자, 아기가 다시 빼액하고 울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세번이나 반복되자, 이젠 서서 달래줘도 울기 시작했다. 이때 수유텀은 네시간이었으나, 세시간 반 정도에 우유를 먹였다. 150ml 먹는 아기가 100ml 만 먹었으나 그마저도 어마무지하게 게워냈다. 최악으로, 우유를 먹었는데도 잠에 들지 않았다. 다시 시작한 잠투정에 최소 두 시간이 지날 때까지 우리에게 안아 달래는 방법밖에 없었다.
결국 외출 네시간 후 친정 부모님이 돌아오신 후에야 아기는 진정되었다. 친정엄마의 포대기는 요술 포대기였다. 우리도 나름 둘이 머리를 써서 포대기에 아기를 둘러보았으나, 어설픈 포대기는 아기의 성질을 돋굴 뿐이었다. 그야말로 기진맥진이었다. 남편은 그래도 몇 번 아기를 재웠지만, 나는 한 번도 재우지 못했다. 나는 정말 아기가 무서워졌다. 잠든 얼굴을 봐도, 언제 깰 지 몰라 마음이 두근거렸다.
Round #3
목욕을 시켜주면 오히려 잘 안 자곤 했던 아기가, 오늘은 목욕 후 우유를 먹은 뒤 푹 잠에 들었다. 눕혀놓고 잘 쉬다가, 한시간 정도 지나 칭얼거렸다. 친정부모님도 잠시 나가시고 피곤했던 남편은 깊이 잠든 상태였다. 나밖에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아기를 안았다. 그 전의 실패 경험 때문에 아기 안는 자세가 이상했는 지 점검했고, 인터넷에서 '올바르게 아기를 안는 법'을 찾아 연습한 대로 안았더니 아기가 품에서 많이 허둥거리지 않았다. 수유등을 가장 어두운 상태로 켜놓고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아 천천히 좌우로 흔들며 엉덩이를 토닥였다. 그리고 삼십 분 이상, 오래 안았다. 아기를 안은 내 몸이 아기의 체온에 더워 땀이 났다. 하지만 왠만하면 안은 자세를 바꾸지 않고 계속 토닥여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내 품에서 푹 잠들었다. 땀에 옷이 범벅이 될 때쯤 침대에 조심히 아기를 내려놓고 친정엄마가 하던 대로 아기 배에 내 손을 올려놓았고, 아기의 한쪽 팔은 가벼운 좁쌀베개로 움직이지 못하게 눌러놓았다. 그렇게 또 십 분 앉아있었다. 그러자 정말 아기는 깊게 잠든 것 같았다.
#교훈
1. 아기가 잠들지 못했던 환경을 공통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마루에 아기를 데려다놓고 텔레비전을 켜놨을 때였다. 가장 작은 소리로 켜놨지만 아기에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마루에 아기침대를 놓았을 때는 텔레비전을 켜지 않기로 했다. 아니면 가급적 방에서 재우는 걸로.
2. 아기가 안는 걸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안는 자세가 이상했기 때문에 싫어했던 것 같다. 한 쪽 손은 목과 어깨, 다른 한쪽 손은 다리를 받치고 있었는데 엉덩이가 아래로 내려가면 자세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아기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엉덩이 쪽을 받치자 조금 괜찮아졌던 것 같다.
3. 아기가 큰 소리로 울기 전에, 침대에서 조금 칭얼거릴 때 바로 안아서 달래는 편이 더 효과가 좋았다.
4. 아기를 충분히 안아준다는 건, 이론적인 시간 이상이었다. 이론적으로 렘 수면은 20~25분이라고 하는데, 최소 30분 이상은 안아줘야 다시 눕혔을 때 등센서 없이 잠들었다.
이렇게 정리해놓는 이유는 내가 아기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이 들 때마다, 사실 아기는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기가 잠들 환경을 내가 만들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객관화시키기 위함이다. 이렇게 육아가 힘든 것이었다니.. 새삼 모든 부모들이 존경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