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날이 즐겁고 괜찮다고 여겼는데, 한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때가 온다. 아기 때문도, 남편 때문도 아니다. 그냥 어느 순간 내 인생이 갑갑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미워지는 가운데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제일 한심하고 한스럽다. 나는 왜 내가 버티지도 못할 일을 저질렀을까.
나의 시간은 언제나 가장 끝이다. 남편의 시간이 비어있고, 친정엄마의 시간이 비어있어야 비로소 내 시간이 온다. 나의 일정이 이때 있으니 비워 놔 달라, 이런 얘기는 삼십일 가운데 한 번 정도 올까 말까한 이야기.
아기가 잠들지 않는 새벽은 유난히 고요하고 적막하다. 세상에 나와 아기, 둘만 남겨두고 모두 다 떠나버린 것 같다. 이런 날은 가능한 감정을 지워버려야 하는데, 그에 실패한 날은 으레 이런 말을 마음에 박게 된다. 내 인생은 좆같다.
이런 밤엔 어떤 위로의 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에라도 아기를 내려놓고 저 문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 나대로 살고 싶은 나, 스무 평 남짓의 공간을 뱅글뱅글 돌며 아우성대는 나. 오늘의 밤 안에 갇혀서 이 새벽을 똑같이 보내고 있을 다른 여자들에게 소리친다. 거긴 안녕하십니까, 살만한가요, 나는 못 살겠어요. 정말이지 좆같다구요.